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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Jun 03. 2024

<빨간 머리 앤>에게 배우는 인생의 태도

열 번째 글쓰기

넷플릭스에서 <빨간머리 앤> 시리즈 정주행을 시작했다. ost는 어릴 적 듣던 노래는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보기 시작했고, 아이는 이내 '캐치티니핑'이 더 재밌다고 엄마 혼자 보라고 한다.

그래 네가 아직은 <빨간 머리 앤>을 볼 나이는 아니지.



<빨간 머리 앤>은 100년 넘게 사랑받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이들이 문득문득 아련하게 꺼내보고 곱씹게 되는 매력은 뭘까.


시골에 살고 있는 매튜와 마릴라 남매는 농사 일손을 도와 줄 사내아이를 보육원에서 데려오기로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자아이인 앤이 매튜와 마릴라 남매네 집으로 오게 된다. 고심 끝에 앤을 맡아 기르기로 한 매튜, 마릴라 남매와 앤이 가족이 되어 초록 지붕 집에서 살며 추억과 사랑을 쌓아간다.


엉뚱한 여자아이라 이 집에 있을 수 없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앤은 밤새 눈물을 흘리며 잠에 든다. 세상 쿨한 마틸다 아주머니는 수다스럽고 뭔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만 하는 앤이 말한 '절망의 구렁텅이'라는 단어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저는요, 지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걸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상상해 본 적도 없으세요?
오늘밤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밤이 될 거라는 걸, 아시잖아요.



누구나 '절망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시 절망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절망에 지지 않겠다는 어린 앤의 마음이 앤을 다시 살게 한다. 다시 끔찍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초록 지붕 집에 아름다운 나무와 시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겠다는 앤의 마음은 '꺽이지 않는' 삶의 태도다.  다시 꿈꾸기를 선택한 것이다.

]

앤은 늘 위기의 순간에 긍정을 선택했다.



이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저는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누군가에게나 모두들 싫어하는 '빨간 머리'가 있다. 타고난 것이기에 바꿀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낼 수 있다는 것, 길모퉁이가 눈앞에 와도 거기만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나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갈 것임을 앤은 이야기한다.

삶을 다정하게 가꾸는 것, 삶을 꿈꾸는 것, 슬픔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더라도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것, 아무도 오지 않는 역에서 기다리며 꿈꾸고 또 꿈꾸던 빨간머리 앤이 그리운 때다.

내가 어떤지, 내 마음이 어떤지를 늘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앤처럼,

다시 꿈 꿀 시간이다.

이 길모퉁이만 돌면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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