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갖기 힘든 것

사유하는 여자

by dropfairy

30대까지도 나는 "고집이 세다"라는 말을 가끔 들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썩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 성격, 성향 정도로만 생각했지 특별한 단점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40대를 살아보니 "고집이 세다"라는 말은, 나이가 많을수록 욕이다.


'고집'센 사람은 감정적이다. 대개 본인이 틀리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를 피우고 우긴다. 자신과 다른 말을 들으면 귀를 닫고 수용을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에 갇혀 있기 때문에 성장이 멈추고 발전도 없다.


'줏대' 있는 사람은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바가 있어도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하고 자기주장을 재점검하는 사람이다. 다른 의견을 들어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지키면서도 열린 사고를 통해 업데이트를 한다.






​ 나는 뭐든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었다. 회사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와도 왜 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되는지 등이 이해되지 않으면 혼자서 고민하고 천착하다 지시대로 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바꿀 수 없으면 순응하라"라고 머리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내 고집대로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은 힘들게 하고 성과는 노력보다 보통 적었다.


직장생활 10년 차가 되도록 계속 소모되어 가던 중, 세상에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그냥 인정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40대에 갖기 힘든 것은 '유연성'이다.



40대는 노력 없이 유연할 수 없다. 꾸준히 운동하고 지식을 키우고 생각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심신이 점점 퍽퍽하게 굳어갈 것이다. 몸과 마음이 유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40대를 살아가며 나는 좀 변했다. 휑하게 드러나는 가르마를 없앴고 주 5회를 목표로 운동을 하고 있다. 못 먹는다고 생각했던 음식을 주문해 보고, 여태 망설였던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하게 되었다.

유연하게 살고 싶다. 20대 땐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60% 정도의 승률이었지만 이제는 90% 이상의 승률을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을 때,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한다. 하다 보면 더 하게 되고 재밌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이겨본 경험이 나를 계속 꿈꾸게 한다.

"나이가 재산이 되는 삶을 살자"라는 스무 살 패기의 모토대로 오늘도 나이 들고 있다.


나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내일이 더 좋다.


유연한 몸과 마음으로 계속 나를 다듬어가면 내 생의 마지막 날, 가장 오롯한 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