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대방출

Warehouse Clearance of Us

by 김태규

창고대방출

Warehouse Clearance of Us


ㅡ 김태규


입구의 문구가

서로의 기대보다

먼저 커진다


전부

마지막

이번뿐


문을 여는 순간

가격표보다

약속이 먼저 흐트러진다


계절을 놓친 물건들

한 켤레였다는 흔적만 남은 신발들

옷들은

어디서 밀려왔는지

치수보다

사정이 많다


통로는 늘 넓은데

쓸 만한 것은

끝까지 값을 붙잡는다

아니

이미 빠져나갔거나


뒤적이다 보면

손에 남는 건

원단이 아니라

바뀐 지침이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한 바퀴를 돈다

혹시나가

시나로 끝날 걸

알면서도


창고는 비운다 했지만

비워지는 건

물건보다

마음의 칸이다


오늘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대방출된 건

기대였다는 걸


우리가 빠져나온 건

창고가 아니라

간판 아래였다



[작가의 말]


과장된 약속이 붙는 자리에서도 관계는 값을 치릅니다. 함께 고르며 남겨진 것은 소유가 아니라 감정의 소진이었습니다. 생활의 장면을 빌려 사람 사이의 조건과 기대가 언제 바뀌었는지를 담담히 바라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