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찾아온 겨울

by 탁온기

요즘 마음의 준비에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 무엇이 이렇게 더딘 걸까, 아니면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한 것이 남아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걸까. 나는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시간이 멈춰버린 듯 그대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 창밖으로 불어오는 칼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꿰뚫고, 손끝마다 남은 체온을 움켜쥐게 했다. 길거리의 나뭇잎들은 바람에 흩날려 춤을 추듯 날아가고,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몸을 숨기며 재빠르게 움직인다. 겨울은 이렇게도 느닷없이, 모든 것을 흔들어 깨운다.

낮이 되자 햇살이 거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공기를 녹인다. 쌀쌀하던 긴장은 조금씩 풀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긋해진다. 커피 향이 손끝에 스며드는 순간, 아침의 날카로움과 낮의 따스함이 어우러져 마음이 묘하게 차분해진다. 겨울은 뜻밖의 순간에 나를 흔들지만, 동시에 느긋하게 머물도록 허락한다.

음악을 틀면 클래식 선율이 방 안을 흐른다. 어쿠스틱카페의 Long long ago는 옛 추억의 잔상을 불러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폭풍처럼 눈물이 터지지는 않지만, 내 앞에 타임머신 하나가 나타나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저질렀던 실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간다.

낮의 햇살 속 풍경은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햇빛까지, 모든 것이 부드러운 색채로 재조명된다. 갑작스러운 겨울은 나를 멈추게 하고,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침의 칼바람처럼 날카로운 순간이 삶에 찾아오더라도, 낮의 햇살처럼 따뜻한 시간도 함께 존재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겨울은, 날카롭지만 동시에 부드럽게, 나를 깨우고 사유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남는다. 그 안에서 나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금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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