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어 vs 미국 영어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문화

by 여행같은일상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 미국에서 학위를 하였고 미국 회사에서 10년간 근무를 했다보니 미국 영어가 훨씬 익숙하다. 영국에서의 영어는 단순히 발음이 다른게 아닌 이들의 문화가 너무나 다르기에 영어를 처음부터 배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의미를 담은 영어 vs 실용적인 영어

미국에선 동료가 차나 커피를 권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곳에서는 계속해서 필요한건 없는지 물어보고 확인한다. 처음엔 딱 잘라 아니라고 했는데 이젠 단순히 차를 마시겠냐는 질문이 아니란걸 알기에 컵을 들고 함께 이동을 하며 대화를 한다던지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동안 내가 일해오던 환경에서 영어는 의사전달의 도구에 불과했다. 다국적 외국인들이 섞인 환경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고 혹시나 다르게 이해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보니 짧고 직설적인 언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외국인이 나 혼자이다보니 명확한 의사 전달을 신경쓰고 확인하는 영어는 아니다. 중고등 시절 영어 시험을 위해서 달달 외우고는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는 숙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무슨 이야기를 하던 미사여구가 상당하다. 또한 직설적이기보다 뭉근히 얘기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내가 이해한 것과 다른 기대를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언어에서 보이는 차이가 묻어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식의 간결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익숙한 나이기에 모든 면에서 비교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누가 봐도 안될것 같은 의견도 딱 잘라 아니라고 하기보다는 일단은 옵션으로 두고 최종 결정까지 고민하는게 어떨땐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실용성보다는 모든 의견을 포용해서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하는 정공법을 택하는 스타일이 영국인들의 차를 권하는 문화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억지일까?


회의를 할때도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의견이나 질문이 있을때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던지고 확인하곤 했던 지난 회사 생활에 비해 이 곳에서는 그런 행동이 좀 무례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끊고 나를 드러내며 경쟁하기 보다는 상대가 나에게 차를 권하듯 내 시간이 주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내 생각과 질문을 하는게 예의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인 것 같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시간을 기다리고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지나 자리에 앉아서 향을 음미하며 차를 마시는 영국인들의 영어는 에스프레소 머신 버튼을 누르거나 커피포트에 담긴 커피를 보온컵에 담아서 들고 급히 이동하며 마시는 미국인들의 언어와 다르다. 조급함을 조금씩 내려놓는 느림의 미학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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