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상담을 하다 보면 여전히 해리가 떠오른다.
해리는 쉽게 흥분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유난히 힘들어했다.
그때는 단순히 ‘문제가 많은 강아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인다.
연습 없이 갑자기 하루 대부분을 혼자 있어야 했던 해리. 그 결과는 금세 드러났다.
장판을 뜯고, 새로 도배한 벽지를 천장까지 물어뜯고, 밥을 먹을 땐 식탁 위로 뛰어올라 밥상을 뒤엎었다.
‘얘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을까?’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보호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고집이 세요”, “멋대로만 하려고 해요”,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을 때면, 해리와 함께했던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더더욱 보호자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반려견의 행동은 감정에서 시작된다고.
반려견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먼저 느끼고, 그 감정이 조절되지 않을 때 행동이 튀어나온다.
산책에서 다른 개가 가까이 오는 상황이 두려우면 짖음으로 쫓아내려고 한다.
외출에서 돌아온 보호자를 봤을 때의 흥분은 점프나 마운팅으로 표현된다.
모두 감정이 만든 행동이다.
다시 해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해리는 생후 두 달에 우리 집에 왔고, 다섯 달쯤 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출퇴근했다.
처음에는 혼자 있는 날이 있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출근 준비를 하는 가족들을 보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이 낑낑거림은 점점 심해져 뛰어오르고 짖고, 발을 물기도 했다.
가족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 해리는 문 앞에서 점프하다 벽지와 장판을 뜯어냈다.
스트레스는 해리에게도, 가족에게도 동시에 쌓여갔다.
통제되지 않는 불안은 결국 파괴행동으로 이어진다.
사람이 불안하면 손톱을 물거나 다리를 떠는 것처럼, 반려견도 반복적인 신체 활동으로 감정을 진정시키려 한다.
이런 행동은 뇌에 일시적인 안정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불안할수록 더 강하게 반복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행동을 종종 엉뚱하게 해석한다.
에너지가 넘쳐서 그렇다, 복수한다, 나를 무시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오해는 반려견의 행동을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의인화된 해석은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원인도 놓치게 된다.
반려견의 문제행동은 결국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해리가 장판을 뜯고 벽지를 물어뜯은 건 혼자 둔 우리에게 화가 나 복수하려던 것이 아니라
‘지금 감당이 너무 어렵다’라는 신호였다.
물건 파괴, 입질, 짖음 역시 고집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나 지금 힘들어’라는 감정적 SOS일 수 있다.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 행동의 의미가 보이고, 의미가 보이면 그 행동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지난날 해리의 행동을 문제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 행동들에는 불안, 외로움, 흥분 같은 감정들이 켜켜이 숨어 있었다.
해리는 그 감정의 그림자로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그 그림자가 어떻게 ‘질문’이 되는지, 그리고 보호자가 그 질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야무의 사례를 통해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