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붕가붕가를 시작한 건 생후 여섯 달쯤이었다.
낮에는 멀쩡했지만, 밤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불을 펴면 내 다리나 팔을 붙들고 마운팅을 했다.
작은 몸으로 얼마나 세게 매달렸던지, 팔과 다리에는 늘 붉은 자국이 남았다.
부모님은 이 행동을 발정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다.
중학교 2학년 딸의 팔다리를 붙잡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걸 보는 부모님의 당혹감도 당연했다.
지금 돌아보면 해리를 파양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행동이었을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직 생후 몇 달 안 됐는데 벌써 이런 행동을 해요. 중성화를 빨리 해야 할까요?"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도 계속 붕가붕가를 해요."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이런 행동이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마운팅을 성적인 행동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 해리는 정말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고 그랬던 걸까?
행동은 맥락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운팅은 단순히 발정기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흥분이 조절되지 않아 다른 행동으로 전이된 결과일 수도 있다.
불안이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고, 놀이 도중의 과도한 흥분이나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다.
성적 행동으로만 단정하는 순간, 진짜 이유를 놓치게 된다.
입질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보호자가 ‘물었다’라는 결과만 본다.
하지만 입질은 공격이 아니라 감정의 표현인 경우가 훨씬 많다.
무섭거나, 당황했거나, 혹은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 강아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는 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입질을 단순히 버릇없음으로만 생각한다면 강아지와 보호자의 관계는 더 멀어진다.
마운팅과 입질 외에도, 우리는 반려견의 많은 행동을 오해한다.
짖음은 말대꾸로, 불안은 애정 결핍으로, 흥분은 에너지가 많아서 생긴 문제로 본다.
이 모든 오해의 공통점은 ‘인간의 관점’으로 행동을 해석한다는 것이다.
나는 행동 상담이나 트레이너 교육을 할 때 항상 조심하는 것이 있다.
반려견의 행동을 의인화하지 말 것.
의인화는 이해를 돕기엔 가장 쉬운 수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인간 중심의 해석은 반려견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불가능하게 한다.
결국 우리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행동의 맥락을 읽지 못하게 된다.
마운팅과 입질은 겉으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사실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모두 감정의 통제가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불안이 쌓이거나 흥분이 조절되지 않으면 행동은 방향을 잃고, 다른 형태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런 행동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훈육’으로 접근하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에게 오해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보호자가 ‘제지’로 반응하면, 반려견은 그걸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감정은 더 높아지고, 행동은 더 강화된다.
결국 행동은 감정의 표출이며 메시지다.
우리가 그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반려견 교육의 출발점이다.
다음 글에서는 행동보다 먼저 일어나는 감정의 흐름, 그리고 그 감정을 읽으면 어떻게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