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뽀둥이는 작고 마른 체구의 말티즈였다.
내가 뽀둥이를 처음 만났을 때, 보호자는 산책이 정말 필요한지 궁금해했다. 그 시기만 해도 ‘모든 반려견은 산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막 자리 잡기 시작했을 때였다.
뽀둥이는 슬링백 속에 꼭 안겨 있었다. 낯선 교육장 안에서 보호자의 품을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보호자에게 “한 번 바닥에 내려놔볼까요? 우리밖에 없으니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보호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뽀둥이를 꺼냈다.
에폭시 바닥에 발을 디딘 뽀둥이는 꼬리를 말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서서 뽀둥이를 불러보시겠어요?”
보호자는 뽀둥이의 이름을 여러 번 불렀지만, 뽀둥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다시 품에 안기자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보호자는 말했다.
“집에서는 엄청 잘 뛰어다녀요. 제가 있으면 계속 졸졸 따라다녀요. 사실 뽀둥이는 다른 분이 키우다 한 살쯤에 저희가 데려왔는데, 산책을 너무 무서워하더라구요. 전 주인분도 산책은 한 번도 안 시켰다고 하셨어요.”
보호자는 뽀둥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산책을 억지로 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분명 사랑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뽀둥이는 세상을 좁게 경험하며 살아왔다.
“지금부터라도 짧게 연습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보호자에게 천천히 뽀둥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방법들을 제안했다.
처음엔 1분 동안 현관문 근처에 앉아 있고, 다음엔 5분, 그리고 바닥을 걷는 연습을 조금씩 늘려가자고 말했다. 낯선 환경에서 한 번이라도 ‘괜찮았다’는 경험이 쌓이면, 뽀둥이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뽀둥이는 아주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낯선 소리에는 몸을 움찔했지만, 보호자가 차분히 반응하면 곧 안정을 되찾았다. 세상을 향한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강아지의 학습능력은 스펀지와 같다.
생후 몇 달 동안 세상을 빠르게 흡수하며 배우고, 그 시기의 경험이 평생의 감정 반응을 결정한다.
보통 반려견의 사회화 시기는 생후 3개월 이전에 끝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환경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만들어진다.
혹자는 “사회화 시기에는 100명의 사람과 100마리의 개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단순히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불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자극을 경험했을 때 그것이 진짜 사회화로 이어진다.
보호자들은 종종 묻는다.
“그래도 갑자기 놀란다거나 무서울 때가 있잖아요?”
맞는 말이다. 사회화는 무서운 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예방접종이 미량의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처럼, 사회화 역시 작지만 낯선 경험을 통해 세상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창문 밖 ‘쿵’ 하는 소리에 짖으며 달려가는 개가 있는가 하면, 놀라 잠시 멈췄다가 다시 편하게 쉬는 개도 있다.
두 마리 모두 놀랐지만, 두 번째 개는 놀란 마음을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다. 이런 차이는 타고난 성격 그리고 보호자와 함께한 경험의 질에서 생긴다.
강아지 시기 n차 접종이 끝나고 면역력이 생기기 전까지 산책을 나가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텐데 어떻게 사회화를 시켜줘야 할까?
드라이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오토바이, 자동차, 개 짖는 소리 등의 녹음된 소리를 아주 작은 볼륨부터 들려주기
병원 진료대와 같은 스테인리스 소재의 싱크대 위에 잠깐씩 올려놓고 사료 주기 (단, 반드시 한 손은 계속 강아지를 붙잡고 있을 것)
슬링백, 이동가방 등 안전하게 안은 상태로 코 산책하기
뉴스, 드라마 등 다양한 일상 소리를 들려주기
몸의 여러 부위를 차분히 만져주기
다른 동물들의 대소변이 없이 깨끗한 곳이라면 잠깐씩 바닥에서 걸어보기 등
이처럼 사회화는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게 돕는 과정이다.
보호자가 옆에서 낯선 자극을 함께 겪으며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강아지는 점차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뽀둥이에게 필요한 건 억지로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사회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낯선 자극에 익숙해지고 환경에 적응한 뒤에도, 강아지의 감정은 늘 일정하지 않다.
특히 ‘흥분’이라는 감정은 보호자와의 놀이, 외출, 반가움 속에서도 쉽게 높아지고, 이 흥분이 제어되지 못하면 다른 행동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짖음, 점프, 입질처럼 예상하지 못한 행동들이 그 결과로 나타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흥분이 어떻게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호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