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 법만큼 중요한 혼자 있는 법

by TaeHee

나는 생애 첫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종종 “그건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듣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은 언제인가? 대부분 세 살, 네 살쯤이라고 말한다.
내 첫 기억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따뜻한 방 안, 엄마의 등에 업힌 채 들려오던 두런두런한 목소리들.
그 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생각보다 ‘환경과 감정의 분위기’로 남는다.


하루는 엄마가 일을 나가기 전 나를 재우려 애썼다.

엄마가 사라질까 봐 나는 엄마 옷자락을 꼭 쥐고 잠이 들었다.
드디어 잠이 든 나를 놓고 조심히 일어나던 순간 엄마가 일어나는 것을 느낀 나는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


다시 잠에 들었다 눈을 떴을 때 할머니 친구분이 곁에 있었다. 나를 정말 아껴주던 분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불안했다.

세상이 낯설었고,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다. 그게 내 첫 ‘분리불안’의 기억이다.


갑자기 왜 내 이야기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반려견이 느끼는 분리불안과 같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강아지의 분리불안은 아이들과 같은 본능에서 비롯된다.


중학생 시절 우리 집에 왔던 요크셔테리어 ‘해리’도 그랬다.
맞벌이 부모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을 비웠고, 중학생이던 나는 오후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결국 해리는 하루 대부분을 혼자 보냈다.

준비되지 않은 고독은 불안으로 이어졌고, 그 불안은 장판을 뜯고, 벽지를 물어뜯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리에게 ‘혼자 있는 연습’을 한 번도 시키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실수였다.
2~3개월 사이 우리에게 와 첫 몇개월은 항상 엄마가 회사로 데리고 출근했으니 혼자 있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 있을 줄 아는 존재가 아니다. 형제들과 어미 곁에서 최소 두 달은 함께 자라며 세상을 배운다.
그런 강아지를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 두는 건 두세 살 아이를 낯선 곳에 홀로 남겨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물이니까 금방 익숙해지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은 분리불안을 부르는 첫걸음이다.
입양 후 첫 일주일은, 보호자가 곁에 있어주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친 함께함 역시 문제다. 언젠가는 혼자 남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짖음・배변 실수・파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혼자 있는 연습’을 시작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 여러 번 언급한 ‘울타리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호자 곁에만 붙어 있기보다 스스로 쉬는 법을 배우는 연습이다.


또, 아직 분리불안이 심하지 않다면 짧게 현관을 나갔다 들어오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자.
단 30초라도 좋다. 이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이미 분리불안이 심한 경우엔 단순한 ‘나갔다 들어오기’보다 보호자의 출입 행동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는 게 먼저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중문 쪽으로만 가도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는 실제로 나가기보다 그 반응 자체를 ‘무디게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귀가 시 반려견에게 하는 과도한 인사도 문제다.
강아지는 보호자의 외출과 귀가를 ‘극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불안을 강화시킨다.

강아지에게 필요한 것은 극적인 반가움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안정감'이다.


귀가 후 1~2분은 차분하게 행동하기

반려견이 진정된 뒤 자연스럽게 인사하기

‘무시’가 아니라 안정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이 작은 규칙 하나만 지켜도 보호자의 외출은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일상’이 된다.


아기 시절의 나, 그리고 해리의 준비되지 않은 고독은 결국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 경험은 내게 한 가지 확신을 남겼다.

혼자 있는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보호자는 입양 첫날부터 강아지가 스스로 안전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혼자 있는 법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세상을 경험하는 법.

다음 글에서는 강아지의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화의 황금기, 첫 100일’을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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