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서 푹 퍼져 자고 있는 골든리트리버 쿠마는 올해 11살이 되었다.
쿠마와의 첫 만남은 생후 4개월 무렵, 이전 가정에서 파양되어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을 때였다. 말랑하고 따뜻했던 쿠마의 몸에서는 막 목욕을 마친 샴푸 향과 꼬순내가 뒤섞인 냄새가 났다. 몸은 축축했고, 배는 빵빵했다. 차를 태워야 하니 밥을 먹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마지막이라 그냥 둘 수 없었던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오는 짧은 차 안에서 쿠마는 먹었던 사료를 몽땅 토해냈다.)
새로운 집에 도착한 쿠마는 낯선 환경이 어색했는지 바닥에 엎드려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어색한 건 쿠마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아들’을 맞이한 쿠마 아빠 역시 인생 처음 반려견을 맞이한 터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는 쿠마를 안거나 만지려 들지 않고, 그저 조용히 옆에 앉아 있었다. 사실 쿠마 아빠는 옆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색해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셈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어색함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갑작스럽게 가족과 환경이 바뀐 아기 강아지에게, 우리가 다가가지 않고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오히려 ‘이곳이 안전하다’는 신호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쿠마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몸을 붙여 앉았다.
작고 말랑한 몸, 내가 없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존재.
강아지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랑스러움에 어쩔줄 모른다.
“아구 우리 강아지~ 그래쪄요~”
품에 꼭 안고, 끝없는 베이비 토킹을 쏟아낸다.
하지만 사실, 이건 기쁨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작은 존재를 잘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이 섞인 설렘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행동은 강아지와의 첫 만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강아지가 스스로 편안한 자리를 찾아 안정을 취할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된다.
특히 하이톤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은 더욱 그렇다.
이 소리는 마치 어린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처럼 들려 보호자의 애정 표현과 달리 강아지의 불안을 높이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작은 존재는 지금, 어미와 형제들을 떠나 낯선 환경으로 들어온 상태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낯설다.
따라서 강아지와의 첫 만남, 첫날 밤은 보호자의 설렘이 아니라 강아지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
강아지의 속도에 맞춰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이 함께하는 첫 신뢰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강아지와의 좋은 첫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강아지를 안고 만지는 대신,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다.
간식보다 먼저, 강아지만의 공간과 시간을 준다.
강아지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적응은 우리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스스로 배우는 과정이다.
강아지가 스스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와 강아지의 관계가 시작된다.
쿠마가 처음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붙였을 때의 그 온기는 단순한 따뜻함이 아니었다.
그건 “당신을 믿겠다”는 조용한 신호였다.
그리고 그 믿음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강아지는 첫 만남의 단 10분 동안 보호자의 냄새, 행동, 목소리, 분위기를 모두 기억한다.
그 짧은 시간이 앞으로의 관계를 결정짓는 시작점이 된다.
이제 밤이 깊고, 보호자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울면 안아줘야 할까? 모른 척해야 할까? 내가 안고자면 안되나?”
첫날 밤에 대한 고민,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