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강아지를 맞이할 준비가 됐을까?

by TaeHee

초등학교 2학년 어느 일요일 아침.

갑자기 간지러운 얼굴에 눈을 뜨니 아주 작고 귀여운 작은 진도 믹스 강아지 한 마리가 얼굴을 핥고 있었다.

분명 어제 밤 잠이 들 때는 없었던 생명체인데 이게 뭐지?

놀란 나는 아직 자고있는 아빠를 깨우며 '이 강아지 뭐야?' '이름 뭐야?' 물어댔고, 귀찮았던 아빠는 '갑순이 갑순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갑순이는 이름이 되었다.



'입양 전 준비'라는 개념은 아예 없던 그 시절..

반려견의 성향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산책을 해줘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강아지=귀여움'이라는 생각뿐이었고 결과는 뻔했다.

매주 일요일 엄마가 갑순이의 목욕을 시키고 나면, 흥분한 갑순이는 짖으며 나에게 달려들었고, 짖으며 뛰어다니는 개가 무서웠던 나는 갑순이가 닿을 수 없는 화장대 위로 도망갔다.


내 발목에 새겨진 강아지의 날카로운 이빨 자국이 몇개였던가...

귀여움만 보고 시작한 입양은 금세 혼돈으로 변했고, 결국 갑순이는 외할머니 댁으로 보내졌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내게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만약 그때 우리에게 최소한의 준비라도 있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첫 번째 준비. 환경


저희는 부모님과 어린 딸, 3인 가구였다.

어린이의 경우 반려견, 특히 어린 강아지에게는 굉장한 흥분을 주기도 불안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은 원할 때 강아지를 만져야 하고, 또 안아야 한다. 또, 갑자기 강아지 주변을 우다다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갑순이에게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반려견에게 방을 하나 내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 하다는 것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울타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물리적으로 강아지의 공간과 사람의 공간을 분리해 강아지가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된다.

울타리를 잘 활용하면 보호자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배변 교육'도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울타리 안에 있는 강아지가 불쌍해 바깥 생활을 너무 빨리 허락하는 실수를 하곤한다.

이는 강아지가 혼나지 않고 자연적으로 '혼자 쉬는 법', '올바른 곳에 배변하기' 등을 배우는 기회를 차단하게된다.


그렇다면 어떤 장소에 울타리를 놔야 할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1. 보호자를 시야로 확보할 수 있고

2. 소음과 자극이 과도하지 않을 것이며

3. 가족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는 장소이다.


위와 같은 장소는 강아지가 보호자를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분리불안을 예방할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안전제일! 주변에 전기선이 있거나 콘센트가 있어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지양해야 한다.


두 번째 준비. 시간


어린 강아지를 데려온다면 첫 일주일 정도는 반려견을 혼자두지 않고 함께 있는 편이 좋다.

다 큰 성견의 경우 어떨까?

식사, 산책, 배변, 놀이 등 하루에 최소 2시간~4시간 정도는 반려견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실외 산책만 하는 반려견을 위해 하루에 배변 산책을 세네 번 나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반려견의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질적으로 반려견과 교류하는 시간이 얼마인가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내가 오롯이 반려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산책 시 산책줄을 잡고 핸드폰에 빠져서는 안된다. 대신, 산책 중 반려견에게 위험요소가 없는지, 산책습관은 어떤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반려견 놀이터에서 놀 때는 어떨까? 역시 반려견을 풀어주고 나 할 것을 하는 게 아닌 반려견이 다른 친구들과 어떤 교류를 하는지, 어떤 놀이를 하고 위험한 것들은 없는지 확인한다.


어린 강아지라면 놀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교육하는 시간도 있어야 한죠. 견종에 따라 신체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들은 저녁이나 휴일에 몰아하기보다 매일매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세 시간을 몰아서 함께하는 것보다,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눠 짧고 규칙적으로 교류하는 편이 강아지에게 훨씬 더 큰 안정감을 준다.


나는 하루 중 몇 시간을 반려견을 위해 쓸 수 있을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 준비. 경제


평균적으로 반려견에게는 한 달에 얼마의 돈이 들어갈까?


1. 사료 및 간식

소형견이라 섭취량이 적다 해도 간식이나 영양제를 포함한다면 평균 5만 원

2. 용품 소모품

배변용품, 장난감, 목줄과 리쉬 등 최소 2만 원~3만 원

3. 의료비

예방접종, 내외부기생충, 구충을 정기적으로 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질환을 대비해 매월 5만 원 정도 적립 개념으로 잡아야 한다.

4. 미용

견종 및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주 간격으로 진행한다. 소형견 전체미용 기준으로 6만 원

-------평균 19만 원


위는 가장 기본적으로 반려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5kg 미만 소형견의 한 달 평균 비용을 항목별로 정리한 추산치이다. 물론 조금 더 좋은 사료나 간식, 용품을 사용한다면 비용은 더 들어갈 수 있다.


추가로 들어가는 항목은 무엇이 있을까?

출장이나 여행이 잦다면 반려견 호텔이나 펫시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려견 호텔의 평균 비용은 하루 5만 원~10만 원으로 서비스 퀄리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최근 반려견의 사회화와 다양한 경험을 위해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1회 평균 5만 원~8만 원으로 주 1회씩 이용한다면 최소 2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려견의 사회화와 문제행동 예방 및 수정을 위한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면 1회 방문교육은 10~20만 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과거엔 사료, 미용, 의료비 등 기본적인 준비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반려견 유치원, 호텔 그리고 교육이 사실상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으며 소형견이어도 한 달 최소 60만 원 이상은 준비해야 '보통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래서 요즘은 지자체에서 부담을 조금 덜어주기도 한다.


- 유기견 입양비 지원

- 예방접종・등록칩 보조

- 중성화 수술비 지원

- 1년간 펫보험 제공


물론 지자체별로 지원항목이 다르기지만, 이런 정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호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지자체의 지원이 든든해 보이지만, 냉정히 말하면 그건 말 그대로 '일부 지원'일뿐이다. 의료비・사료・용품・훈련비용은 결국 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준비가 안 됐다면 지금은 입양을 미뤄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비를 갖춘다면, 강아지와 보호자가 서로에게 따뜻한 가족이 될 수 있다.


나의 첫 반려견이었던 갑순이와의 첫 만남은 내게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경험으로 저는 아주 큰 배움을 얻었다.

입양 전 준비는 선택이 아닌, 강아지와 보호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이렇게 입양준비를 마친 후 강아지를 데려 온 첫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폭풍의 눈' 안에 들어와 있다. 그 폭풍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