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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잊는다는 것

by 찬란

잊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

잊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

잊는 게 아니라 묻어두는 것이다.


어떻게 한 사람을, 함께한 추억을, 그때의 나를 완전히 잊을 수가 있겠는가.


잊는다는 것만큼 잔인하고 불가능한 말이 없다.


그저 그 사람을, 그때의 우리를, 그 시간들을 놓아주는 것일 뿐, 문득 떠오를 순 있어도 더 이상 그것 때문에 아파하지 않을 뿐, 일부러 꺼내보고 들여다보고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닐 뿐, 언제나 잊지 못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 사람에게, 그때에, 그 관계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잊으려 하지 말고, 잊어지도록,

서서히 희미해지도록,

그 기억을 마주쳐도 괜찮을 수 있도록,

그렇게 시간이 흐를 것이다.


지금 당장 잊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좋든 싫든, 우리의 숙명이듯이, 잊을 수밖에 없다. 사그라들고 잦아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감사하고, 시간이 지난 후엔 괜찮아질 나를 믿어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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