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는 아직도 유부녀이다.

by Bodam

이혼한 지 3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직장에서는 유부녀다.

남편은 지방에서 일하고, 나는 친정에서 지내는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0년 넘게 다닌 직장, 젊을 때부터 함께 일하며 서로의 연애, 결혼, 육아까지 공유한 동료들.

우리 관계는 마치 가족 같지만, 정작 나는 내 진짜 사정을 말하지 못한다.


창피해 서가 아니다.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이혼했다고 하면, 대화가 달라질 것이다.

남편이 없다는 사실, 홀로 육아하는 현실이 동정과 안쓰러움으로 변할까 두렵다.

왜 이혼했는지,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평가받는 것도 싫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유부녀다.

그게 내겐 편하다.

남들이 보기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린,

‘인생 숙제를 끝낸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게 편하다.

가십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편하다.


오늘 점심 모임도 그랬다.

나는 늘 남편이 있는 듯 맞장구를 치고,

모임의 대화 흐름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그게 익숙하고, 그래서 편하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혼했다고 숨길 필요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도 선뜻 어떻게, 어떤 말로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꼭 말해야 하는 이유도 사실 없다.


조만간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모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직장에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 아이에게 미안했다.


나는 언제, 어떻게 이 사실을 꺼내야 할까.

커밍아웃은 여전히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숨길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숨기는 게 더 편한 내 모습.

그 사이에서 여전히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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