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컬리스트]
이번 챕터에서는 여성 보컬리스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각설하고, 다음 ‘무한도전’ 영상부터 시청해주시길.
Future Liger - Let's Dance, 퓨쳐라이거(유재석, 타이거JK, 윤미래) - 렛츠 댄스
윤미래를 감상하는데 왜 하필 고릿적 무한도전 영상을 가져왔나 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그의 가창력을 따박따박 확인시켜줄 수많은 솔로 히트곡들을 두고 굳이.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에 꼽아볼 보컬리스트들은 내게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이들이기 때문.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모든 것을 뚫고 나오는 힘 있는 목소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그들을 결정적 장면들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앞서 소개한 무한도전 영상, 정확하게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2009년 여름에 방영됐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무한도전의 인기에 힘입어 ‘냉면’ ,‘영계백숙’ 등 오래 회자되며 히트한 곡들이 제법 있었지만, 나는 무조건 ‘Let’s Dance’였다. 당시 본방 사수 중이었는데 정신없는 무대, 화려한 예능 편집이 난무하는 심란한 상황에서도 귀에 날아와 꽂히던 윤미래의 보이스는 짧지만 강렬했다.
자, 다음 영상은 뮤직비디오가 없어서 가수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대신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 독보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을 맞혀보시길.
‘낯선 사람들’이라는 보컬 그룹(옛말로 중창단)의 ‘낯선 사람들’이라는 곡이다. 다른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듯하면서도 노래 전체를 꿰뚫는 그 목소리. 맞다, 바로 이소라다. 한 번 듣고도 확실하게 각인된 그의 목소리는 그가 곧 솔로 데뷔를 하고 나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소라가 내게 다시 선사한 ‘강렬한 순간’은 2011년 방영된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였다. 첫 회 첫 무대에서 선보인 ‘바람이 분다’라는 곡은 나를 크게 흔들어 놓았는데, ‘노래에 영혼이 실린다’는 느낌이 오롯이 가슴을 때렸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그렇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듣게 된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이렇게 집중하며 듣게 만든 노래는 임재범의 ‘여러분’ 정도였달까.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 두 번째는 그래서 이소라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 더 거슬러 가보자. 때는 라디오의 낭만이 정점을 찍던 시절이자 내 사춘기 감수성도 폭발하던 1980년대 말의 어느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보다 조금 앞서 인기를 끌었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공개방송을 듣던 나는 얼굴도 모르는 한 가수의 라이브를 듣다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저 힘 있는 고음 수준을 넘어, 포효하듯 바라본다 되뇌이는 한영애를 난 처음 알게 되었고. 해바라기라는 혼성 중창단에서 부른 ‘지금은 헤어져도’나 솔로로 낸 첫 히트 곡 ‘누구 없소’,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서 불러주신 ‘조율’, 싱어게인에서 소환된 ‘바람’까지. 내가 그를 가장 오래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만든 노래들이 되었다.
윤미래, 이소라, 한영애. 이렇게 세 명의 보컬리스트가 내겐 주위를 뚫고 나오는 최고의 목소리다. ‘목소리가 지문’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독보적인 음색, 넘치는 아우라, 탄탄한 가창력…. 다양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심상을 종합한 나만의 빅 3라 하겠다.
외국 아티스트 중에서도 찾는다면? 내가 기억하는 첫 목소리는 바로 ‘신디 로퍼(Cyndi Lauper)’다. 역시 그의 수많은 솔로 곡을 제치고 USA for Africa의 ‘We are the world’에서 튀어나오는 한 소절을 추천한다. 노래 기가 막히게 잘하는 저 위대한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빛나는 신디 로퍼를. (내가 ‘케니 로긴즈’ 목소리를 좋아해선지, 그의 파트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레이 찰스도 매력 돋고.)
We Are The World (Official Music Video) [Enhanced Video Version]
신디 로퍼의 목소리는 또한 1집 ‘All through the night’에서 그 특유의 앙칼짐이 쏙 사라지고 청초한 상쾌함이 흘러나온다. 꼭 찾아서 감상하시길.
흑인 R&B 가수들이 미국 음악계를 점령하던 1980년대 당시에도 나는 R&B 장르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아레사 프랭클린, 휘트니 휴스턴, 토니 블랙스톤 같은 가수들이 노래를 잘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내 귀에 깊이 담지는 못했다. 그러다 만난 게 ‘로린 힐(Lauryn Hil)’의 목소리다. Fugees의 힙합 느낌에 세련되게 담겨서인지 ‘Killing me softly’를 끌어가는 그의 독보적인 목소리는 내 귀에 감겼던 거다.
Fugees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Official Video)
다음으로는 이름을 모르는 코러스의 목소리였는데 이 글을 쓰며 알게 된 가수. 2집 앨범에서 최고의 히트를 친 컬처 클럽(Culture club)의 ‘Church of the poison mind’에서 돋보이는 저 백인 여성 코러스. 바로 Helen Terry다.
이 그룹의 보컬 ‘보이 조지(Boy George)’는 흑인 특유의 소울이 담긴 목소리를 내는 백인 가수로 평가받는데, 내겐 이 무명의 코러스 헬렌 테리의 목소리도 그랬다. 처음에는 코러스 자리에 서 있던 이 보컬리스트는 나중에는 보이 조지와 나란히 듀오인양 앞으로 나오게 된다. 그만큼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이 보이 조지에 밀리지 않고 잘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리라,
Culture Club - Church of the Poisoned Mind (Live on Countdown, 1983)
보이 조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1980년대 이전까지 그처럼 처음부터 아예 여장을 하고 활동하던 남성 보컬리스트가 있었을까. 보이 조지는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히기 어려운 시절, 그걸 숨기고 활동한 아티스트였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백인 남성이 품어내는 흑인 소울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참 매력적이다.
난 일찌감치 그의 목소리가 대체 불가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역시나 밴드 에이드(Band aid)에서 그가 이끄는 ‘Do they know it’s Christmas?’가 결정적이었다. 여성은 아녀도 남성 보컬리스트 이야기 때 담기엔 자기만의 매력을 지닌 목소리기에 이 챕터에서 함께 소개한다.
Band Aid - Do They Know It's Christmas? (Official Video) [4K]
이런 멋진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같은 시대에 살아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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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환영합니다! ]
음악 평론가가 아니다 보니 행여 다른 견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론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시 확인해서 꼭 답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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