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스-원더걸스-소녀시대-소녀대-놀란스...

[K-걸그룹의 원조를 찾아서?]

by 오세용

The Supremes - You Keep Me Hangin' On


오늘은 영상을 먼저 보여드렸다. 1960년대 미국을 휩쓴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다.

슈프림스는 디트로이트 빈민가 출신의 세 소녀가 가수의 꿈을 안고 수많은 오디션과 백업 가수 활동으로 무명 시절을 버텨내며 결국 한 시대를 풍미하기까지 ‘서사’가 있는 그룹이다. 1966년에는 여성 그룹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는데, 당시 비틀즈의 ‘Revolver’를 꺾으며 그야말로 전설의 여성 그룹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드림걸스>의 실제 모티프가 된 그룹이기도 한데, 영화뿐만 아니라 40여 년 후 대한민국 걸그룹의 활동에도 큰 영감을 주기에 이른다.


Wonder Girls(원더걸스) "NOBODY (Kor. Ver)" M/V


앞서 봤던 슈프림스 영상의 분위기와 많이 닮지 않았는가. 그렇다. 박진영은 ‘원더걸스’를 1970년대 흑인 여성 중창단 콘셉트로 기획해서 미국에 진출시키려고 했던 거다.


가끔 TV 토크쇼에 멤버들이 출연해서 미국 진출 당시의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회상하는 걸 본 적 있다. 투어 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면서 “당시 우리 소원은 흔들리지 않는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라고 얘기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은 걸그룹의 해외 공연 투어가 당연해진 케이팝 전성시대지만, 당시 미국 공연 투어를 돌았던 한국 걸그룹은 원더걸스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고생 끝에 2009년 원더걸스의 ‘Nobody’ 영어 버전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원더걸스와 함께 ‘2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걸그룹을 꼽자면 다들 주저 없이 ‘소녀시대’를 꼽을 거다. 2007년 원더걸스와 함께 세상에 나온 데뷔 동기이자 한국 걸그룹의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우선 가장 히트했던 ‘Gee’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자.


Girls' Generation 소녀시대 'Gee' MV


강력한 후크 라인이 중독성 있는 ‘Gee’는 멜론 사이트에서 2000년대 포함 ‘10년간 최고 인기곡’으로 선정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한국 아이돌 최초로 1억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울 정도였다. 뭐니 뭐니 해도 의상 콘셉트가 한몫했는데, 같은 듯 다른 디자인에 다양한 컬러를 더해 멤버들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소녀시대 Gee 뮤비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보태보자면, ‘마네킹이 밤이 되면 진짜 사람이 된다’는 이 설정. 1980년대 미국 영화 <마네킹>의 줄거리다. 최근에 이 영화 OST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찾다가 영화 주인공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존스 역할을 맡았던 킴 캐트럴이라는 걸 알았다. 노래는 1980년대 미국의 인기 로큰롤 밴드 ‘스타십’이 불렀다. 혼성 보컬 체제였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Starship - Nothing's Gonna Stop Us Now (Official Music Video) [HD]


다시 걸 그룹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Gee’ MV가 선사하는 컬러의 강렬함을 보고 있자니, TV 화면에서 이 그룹을 처음 봤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소녀대 코리아 KOREA 교차편집 (stage mix) 한글자막 / 가사 (Japanese Version) 소녀대 코리아 일본어 가사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되지 않았던 1980년대 한국에서 활동했던, 그것도 ‘KOREA’라는 노래를 선보인 일본 걸그룹 ‘쇼죠타이(소녀대)’다. 아쉽게도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당시 일본 대중문화를 나름 한국에서 보여줬던 게 쇼죠타이였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대부분 화려한 원색의 의상이나, 일본 방송이나 싱글 재킷 사진에서는 민소매 러닝셔츠 또는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이다. 이후 쇼죠타이의 영향을 받아 1988년 우리나라 아이돌 걸그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세또래’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1980년대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있었던 이 영국 걸그룹도 한번 보시라. 딸부잣집 놀란스 가의 자매들로 구성된 ‘놀란스(Nolans)’다.


The Nolans - I'm In the Mood for Dancing (Official Video)


The Nolans - Sexy Music (Official Video)


놀란스는 1981년 일본에서 열린 동경 가요제에서 ‘Sexy music’으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놀란스를 모르는 사람도 ‘Sexy music’이란 곡은 특히 많이들 들어보셨으리라.

비주얼은 또 어떠한가. 내가 소녀시대 Gee 뮤비를 보고 쇼죠타이의 일본 활동 영상과 놀란스 MV를 찾아본 이유를 찾으셨는지.


수없이 많은 걸그룹이 피고지는 요즘, 국경을 넘나들며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가운데 어떤 요소를 어떻게 융합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걸그룹은 지금 그 용광로의 중심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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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환영합니다! ]

음악 평론가가 아니다 보니 행여 다른 견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론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시 확인해서 꼭 답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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