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라마-스파이스걸스-투애니원-f(x)

[K-pop만의 걸그룹]

by 오세용


난 투애니원(2NE1)이 세계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걸그룹의 계보를 오랜 시간 훑어온 아재로서 투애니원을 대체할 그룹은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이다.


이렇게 감히 단언하는 이유는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브에 있다. 임팩트가 확실한 개성 넘치는 패션, 이름이 수식어인 프로듀서 테디의 음악, ‘소 쿨(so cool)’ 안무의 힘까지. 지금이야 다양한 콘셉트의 걸그룹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투애니원 이전에 그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그룹을 떠올릴 수 있는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외국에도 투애니원처럼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콘셉트를 선보이며 전 세계를 풍미한 걸그룹들이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대표하는 투애니원의 선배님(?)들을 하나씩 소개해본다.

먼저, 바나나라마(Bananarama)를 1980년대 대표 걸그룹으로 꼽겠다. 좋은 히트곡이 참 많지만 역시 대표곡은 이 ‘Venus’라고 해야 할 게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바나나라마의 노래는 원곡이 있는 리메이크 곡이고 한국에서는 싸이가 데뷔 앨범 타이틀곡 ‘새’에서 샘플링 한 바 있다.


Bananarama - Venus (Official Video)


뮤직비디오에서도 느껴지지만 바나나라마는 그 당시 ‘보는 음악’의 즐거움도 선사한 그룹이었다. 그래서일까. 뮤비 속 유독 눈에 들어오는 타이트한 붉은색 비닐 의상은 파격적인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던 룰라 김지현의 솔로 데뷔곡 ‘캣츠 아이(Cat’s eye)’의 고양이 의상을 떠오르게 한다. 분명 카피 한 것이었으리라.


1990년대는 뭐니 뭐니 해도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 대표곡은 그들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던 데뷔 싱글 ‘Wannabe’ 아닐까. 스파이스 걸스 특유의 밝고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는 이후 출현한 어떠한 걸그룹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Spice Girls - Wannabe (Official Music Video)


의도하지 않았지만 소개하다 보니 바나나라마도, 스파이스 걸스도 영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인기를 얻었던 걸그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 결이 다르면서도 국경을 초월해 사랑을 받았던 건 각기 자신들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터. 투애니원의 인기 역시 우리나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할리우드 배우 엠마 톰슨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 출연해 최근 가장 빠져 있는 것으로 케이 팝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꼽았다. 진행자인 코난이 케이 팝이란 단어를 두고 “신종 마약인 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케이 팝의 존재가 미미하던 시절, 무려 2015년이었다.


2NE1 - 내가 제일 잘 나가(I AM THE BEST) M/V


모든 케이팝 그룹이 그렇지만 투애니원은 잘 기획되고 준비된 팀이었다. 그 감각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탁월했던 소속사 YG는 앞서 ‘빅뱅(BIGBANG)’을 성공시킨 경험을 토대로 스타일리시 걸그룹을 선보였던 것. 데뷔 초기 ‘여자 빅뱅’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웠지만, 얼마지 않아 빅뱅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투애니원만의 걸크러시 콘셉트를 끈임 없이 진화시켜 나가며 차원이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비 ‘Ugly’를 함께 보자. 아름다운 멜로디, 그걸 아우르는 투애니원의 스타일이 영상 속에서 특히나 돋보이는 작품이다.


2NE1 - UGLY M/V


번외로, 투애니원과 함께 한국 걸그룹만의 독자성을 얘기하고 싶을 때 내가 꼭 함께 꺼내 들었던 팀이 ‘에프엑스 f(x)’다. 투애니원과 2009년 데뷔 동기인 에프엑스 역시 독보적인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서사가 잘 느껴지지 않는, 어찌 보면 기호학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처음으로 장착시켰던 그룹이었다.


f(x) 에프엑스 'NU 예삐오 (NU ABO)' MV


이렇듯 기존의 질서나 콘셉트에서는 본 적 없던, 투애니원이나 에프엑스와 같은 팀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케이팝의 계속된 도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장르를 불문하고 걸그룹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고, 세계 시장의 맨 앞에 설 수 있는 클래스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에서 비롯되어 이제는 ‘블랙핑크’가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에 됐다. 걸그룹의, 케이팝의 미래는 도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다음 화에서는 걸그룹의 미래에 관해 함께 점쳐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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