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로서 ‘비교과교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얼마 전, 나는 ‘비교과교사’의 개념을 분석해 놓은 글을 읽었다.
낯설지 않은 단어였지만, 매번 불러올 때마다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가 있었다.
교사이지만 교과가 아닌, 그렇다고 공무직도 아닌… ‘비교과교사’라는 이름은 늘 애매하게 들려왔다.
나 역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왜 학교는 굳이 비교과교사를 두어야 할까? 이 일들은 공무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글은 나의 질문을 단숨에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보건교사로서 내가 서 있는 자리가 결코 덧붙여진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학교 교육의 한 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교사의 본질: 교육권을 가진 공무원
우선, ‘교사’라는 개념부터 다시 짚어야 한다.
한국에서 교사란 단순히 ‘수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교육권’을 가진 공무원이다.
교육활동: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수업은 그 일부일 뿐이며, 생활지도, 캠페인, 상담, 예방 활동 등 학생과 함께하는 모든 일이 교육활동에 해당한다.)
교육권: 이러한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책임질 권리이자 책임. 교육권은 교원에게만 주어지며, 법적으로 교장·교감·교사만이 교원으로 인정된다.
교사: 따라서 학교에서 교육권을 가진 유일한 공무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사가 수업을 한다 안 한다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업은 외부 강사도 맡을 수 있지만, 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공무원은 오직 교사다.
그렇다면, 비교과교사란?
교과교사: 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비교과교사: 수업이 아닌 '교과 외 교육활동'을 전담하는 교사. 상담, 보건, 영양, 사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교사'라는 의미는 공무직, 행정직 등 과 무엇이 다를까?
공무직: 학교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채용된 인력. 교육권이 없다.
교육행정직: 교육활동 외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역시 교육권이 없다.
즉, 공무직과 행정직은 교육활동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교육활동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며 학교 업무는 점점 복잡해졌다. 교과 수업 외에도 학생들을 지탱하는 수많은 교육활동이 생겨났고, 그 무게는 단순 보조 인력이나 외부 전문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지닌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이 바로 비교과교사였다.
비교과교사인, 보건교사로 살아낸 시간들
보건교사로 살아오며 나는 자주 ‘그 경계’를 느낀다.
교과는 아니지만, 내가 맡은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아픈 아이의 손을 잡고 응급처치를 하며 ‘생명’의 무게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방교육과 생활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그 순간마다 나는 깨닫는다.
이 일은 결코 단순 보조가 아니며, 행정으로 환원될 수도 없는, 분명한 ‘교육활동’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그 교육활동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내가 보건교사로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세운 하나의 제도적 약속이다. 그 약속 속에서 나는 내 자리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마무리하며,
비교과교사라는 이름은 언뜻 ‘덜 중요한 교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우리는 교과와 함께 학교라는 큰 바퀴의 또 다른 축을 굴리며, 학생들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다.
나는 이제 그 이름을 다르게 듣는다.
비교과교사, 그것은 교과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틈을 책임지는 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삶’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보건실 문을 열며 나는 다짐한다.
“내가 지키는 보건실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의 하루가 조금 더 안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