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응급의료, 보건교사 1인의 한계

‘최선’이 아닌 ‘최소’를 지키는 자리에서

by 평범한 보건교사

“선생님, 친구가 운동장에서 쓰러졌어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누군가 다급히 보건실 문을 두드립니다.
그 순간, 보건교사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뛰어나가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보건교사 1명이 과연 학교에서 공백 없는 응급의료를 책임질 수 있을까?”




1. 학교는 병원이 아닙니다

병원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함께 팀을 이루어 24시간 교대로 근무합니다. 화장실을 가더라도, 식사를 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그러나 학교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응급의료 행위가 허락된 사람은 단 한 명, 보건교사뿐입니다.
따라서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최선의 응급의료 시스템’이 아니라, 학생들의 응급의료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입니다.



2. ‘최소’와 ‘최선’ 사이의 간극

여기서 중요한 착각이 있습니다.
“어차피 보건교사도 화장실에 가고, 회의도 가고, 교무실에도 가야 하니, 공백은 생길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면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이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공백이 있다고 해서, 학교에서 최소한의 의료적 판단조차 필요 없다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병원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료인을 없애는 것이 해답이 될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3. 보건교사도 ‘사람’입니다

보건교사에게 “공백 없는 응급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한 사람에게 의료기관 전체 시스템의 완벽함을 떠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료인도 24시간 자리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도 화장실을 가고, 밥을 먹고, 연수나 회의에 참석할 권리가 있습니다. 보건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교사는 비교과 교사로서 보건실 운영이라는 고유 업무를 위해 임용된 사람이지, 교과 수업까지 병행하면서 응급의료를 책임져야 비로소 쉴 권리를 얻는 사람이 아닙니다.



4. 함께 키워야 하는 학교의 응급처치 대응 역량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응급처치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국가는 이미 모든 국민에게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응급상황에서 비의료인(일반인)이 처치한 경우 고의나 중대 과실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면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응급상황에서 누구든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응급처치 대응역량을 넓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응급의료 행위를 담당하는 '전문 의료인'의 역할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심폐소생술을 배웠다고 해서, 국가의 응급구조 시스템과 병원이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교사가 있을 때는 의료적 판단이 들어간 응급의료 행위 중의 하나인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건교사가 없을 때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건교사가 평소 교육과 훈련을 맡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결론 – ‘최선’을 바라보기 전에 ‘최소'한을 존중하자

학교에서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그 존재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불완전하다고 해서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건교사가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너희가 아플 때, 누군가 가장 먼저 의료적 판단을 내려줄 사람이 여기 있다.”

그 ‘최소’가 있기에,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권과 안전을 조금 더 가까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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