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의 기록은 곧 학교에서의 의료적 책임의 증거
학교 보건실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작은 사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머리가 아프다며 들어오는 아이, 체육 시간에 발목을 삐끗한 아이, 갑자기 어지럽다고 의자에 털썩 앉는 아이….
그때마다 보건교사는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의료적 판단 과정을 거쳐 학생에게 필요한 간호 처치를 시행 하고, 보건일지(보건기록지)에 기록합니다.
이때 보건교사가 남기는 기록, 즉 보건일지는 단순한 메모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보건일지를 ‘학생에게 어떤 처치를 했는지’를 쓰는 공간으로만 이해합니다. 단순히 ‘얼음 찜질했다, 약을 줬다’는 처치의 사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남깁니다.
보건일지 기록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가’입니다. 즉, 보건일지의 핵심은 처치 기록이 아니라 '의료적 판단의 기록' 입니다.
보건일지(보건기록지)는 건강기록부와 같이 법으로 정해져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법적 장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보건실을 운영하면서 보건실 이용자에 관한 의료적 판단의 기록을 꼼꼼히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훗날 보건실 처치 방향에 대해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즉, 문제 발생 시 단순히 ‘어떤 처치를 했는가’보다, ‘왜 그 처치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의료적 판단 과정을 교사가 소명하지 못할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보건일지는 ‘무엇을 했다’보다 ‘왜 그렇게 했다’를 남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두통, 타이레놀”이라고만 기록했을 경우 왜 약을 주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면 “오전 수업 중 돌연 두통 발생, 열 없음, 기침·콧물 동반되지 않음, 어제 늦게 잤다고 함. 일시적 긴장성 두통으로 판단, 안정을 권고 후 필요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투약 하기로함”이라고 작성하면, 보건교사의 의료적 판단 과정이 분명하게 남습니다.
만약 이후 학부모가 “왜 약을 줬냐”고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보건교사는 이미 학생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음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를 들면, 체육 시간에 발목을 다친 학생이 왔을 때, “발목염좌, 파스도포, 얼음찜질”이라고만 기록하는 것과
“오른쪽 발목 외측 통증 호소, 부종 과 발적 관찰 시 특이사항 없음, 체중 부하 시 보행 불편 호소 하나, 관절가동범위 정상 으로 단순 염좌 가능성 판단, 파스도포 및 얼음찜질 후에도 증상악화시 다른 정형외과적 문제 가능성도 판단해야함으로 보건실 재 방문 권유 또는 병원 진료 권고”라고 기록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왜냐하면,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쟁점이 되는 것은 처치 자체가 아니라 그처치를 시행하게 된 판단 근거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건일지를 작성하면서 늘 제 자신에게 되묻습니다.
“내가 지금 남긴 이 기록이, 훗날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보건교사의 기록은 학생을 위한 안전망이자, 보건교사 자신을 위한 방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한 줄의 처치가 아니라, 깊이 있는 의료적 판단의 흔적으로 완성됩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의료적 책임의 증거이며, 학생의 건강과 보건교사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사명감의 기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