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출신 기획자, 이력서는 달라야 한다

흩어진 경력을 대체 불가능한 멀티플레이어로 잇기

by NARRIVO

오늘도 잠재력 있는 한 인재의 이력서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여러 장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경력. 그 안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는 진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첫인상 : 이대로 내면 탈락입니다

이번에 본 이력서는 서비스 기획자(PM)였습니다. 이 이력서는 전형적인 '잡 호퍼(Job Hopper)'의 이력서입니다. 3개월, 6개월, 5개월... 한 조직에서 1년을 채운 경험이 없습니다. 조직 적응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책임감이 부족한 걸까? 뚜렷한 목표 없이 여러 곳을 전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끈기 부족이라는 빨간 깃발이 너무 선명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다만, 몇 가지 분명한 강점이 보였습니다.

디자인 역량을 갖춘 기획자

디자인을 전공하고 UX 디자이너로 출발해, 기획까지 영역을 확장한 멀티플레이어였습니다. 디자인 관련 전문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었죠.

다양한 산업 경험

B2B/B2C 웹/앱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금융, 플랫폼 등 폭넓은 도메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PM/PL 리더십

초기 기획부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경험했으며, PM 및 PL로서 팀원과 일정을 관리하고 고객 요구사항을 직접 정의하는 등 리더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잦은 이직과 짧은 재직 기간

3~6개월 등 경력의 대부분이 단기 계약 및 프리랜서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 끈기가 부족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칠 위험이 있었습니다.

모호한 전문 분야

다양한 산업 경험이 오히려 어떤 특정 도메인에 전문성이 있는지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성과보다는 역할 나열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나열되어 있지만, 그래서 ‘무엇을 기여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이력서에는 디자이너 출신 기획자라는 좋은 재료는 있지만, 잦은 이직이라는 약점을 덮을 만큼 강력한 서사가 없었습니다.

그의 한마디 :
"제 이력서를 보면 자신이 없어져요. 짧은 경력들이 나열된 걸 보면, 저 자신이 방향성 없이 떠돌아다닌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면접관들도 저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볼까 봐 걱정돼요."



컨설팅 전 : 사실만 나열된 이력서

처음 받은 이력서의 경력 사항을 시간순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OO대학교 디자인 전공

OO회사 등 1년 내외 이직 2~3회(UI/UX디자이너)

OOO회사 등 1년 내외 이직 2~3회(기획자, PM/PL)

부트캠프 기획 직무 수료

이 기록들만 보면 짧은 경력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안정감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들을 의미 있는 단위로 묶어 시간의 흐름 위에서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컨설팅 과정 : 시간순으로 다시 읽기

경력의 성격에 따라 단계를 나누어 재구성하자 비로소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단계 (2022~2023) : 디자인 역량 기반 다지기

UX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기획의 기반이 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 역량을 쌓았습니다.

2단계 (2023~2024) : 기획자로서의 가능성 탐색기

단기 계약직/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경험하고 기획자로서 자신의 방향성을 탐색했습니다.

3단계 (2024~2025) : 전문성 강화 및 역량 집중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정리하고, 기획자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트캠프 기획 직무를 수료하며 역량을 다졌습니다.



컨설팅 후 : 타임라인에서 발견한 세 가지 이야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경력을 다시 읽자, 약점처럼 보였던 특징들이 강력한 메시지로 바뀌었습니다.

1. 확장

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이 지원자의 가장 큰 정체성은 '디자인 역량을 이해하는 기획자'입니다. 단순히 기획만 한 것이 아니라, UX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 기획과 시각적 구현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인재라는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2. 탐색

짧은 경력을 '다양성'이라는 무기로 가장 큰 약점이었던 짧고 파편적인 경력은, 관점을 바꾸자 '의도적인 탐색 과정'으로 재해석됩니다. 여러 산업군에서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다양한 도메인을 빠르게 학습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온 과정이었습니다. '끈기 부족'이 아니라 '전략적 경험 설계'로 비칠 수 있는 대목입니다.

3. 집중

경험의 마침표를 찍는 교육 다양한 탐색 끝에 최근 '부트캠프 기획 직무'를 수료했다는 사실은 이 모든 경험의 마침표를 찍어줍니다. 이는 흩어져 있던 실무 경험들을 체계적인 지식으로 완성하고, 앞으로 기획(PM)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그의 한마디 :
"제 짧은 경력들이 전략적 탐색이었다는 관점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디자이너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산업을 경험하고, 이제 기획 전문가로 집중하려는 제 커리어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 느낌이에요. 더 이상 제 경력을 변명하지 않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컨설팅을 마치며

제가 보여드린 이 과정은 흩어져 있던 경험의 조각들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는 작업입니다.

'잦은 이직을 하는 기획자'의 파편적인 경력처럼 보였던 이력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하자 '디자인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을 전략적으로 탐색한 뒤, 전문 교육으로 역량을 다진 멀티플레이어 기획자'의 성장 서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이력서를 다시 읽으면, 당신의 커리어는 더 이상 단순한 나열이 아닙니다. 경험으로 쓰인 하나의 서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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