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짜리 알바 경력을 전문성으로 바꾸는 법

흩어진 경험을 에듀테크 기획자 서사로 잇는 기술

by NARRIVO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간극,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입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과,

내가 진짜로 평생을 바치고 싶은 업이 일치하지 않을 때.

오늘 함께 읽어볼 이력서가 바로 그렇습니다.



흔들리는 이력서 한 장

영어를 꽤 잘하는 문과생.

그래서 학생 기자, 학원 강사, 과외 그리고 교재 출판사까지.

표면적으로는 영어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직 기간이 모두 3~5개월에 불과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끈기 부족이나, 단순 아르바이트로 보일 수 있는 이력입니다. 이력서의 주인공 역시 이 지점을 가장 아프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의 한마디 :
"1년 넘게 일을 하긴 했는데, 막상 이력서에 쓰려니 내세울 게 없었어요. 그냥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시급 좋은 알바를 전전한 것처럼 보일까 봐. 제가 진짜 교육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흩어진 점들을 잇는 선

이 이력서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강점

초·중·고를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강사 경험

단순 강의를 넘어 교재 집필, 검수, 편집까지 확장된 콘텐츠 제작 역량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기획자적 태도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시도한 에듀테크 친화력

약점

3~5개월 단위의 짧은 재직 기간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 우려

교육 관련 전공이나 장기 프로젝트 경험의 부재

영어 실력 외에 직무적 전문성을 증명할 결정적 한 방의 부족


여기까지만 보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번씩 경험해 본 1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짧고 굵은 경험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명확한 진화의 과정임이 드러납니다.

2023~2024년

학원 강사와 과외를 하며 지식을 전달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현장 감각을 길렀죠.

2024년

교재 기획을 맡으며,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콘텐츠를 설계하는 역할로 전환했습니다.

2025년

교재 검수 과정에 AI 프롬프트를 도입하고, 데이터 자격증을 취득하며 교육에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재직 기간 하나하나는 여전히 3~5개월에 불과하지만, 선으로 이어보면 분명한 방향성이 생깁니다.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Player(강사) → Maker(기획자) → Engineer(기술 활용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서, 교육 콘텐츠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멈추지 않은 사람이 얻는 것

이 짧은 1년의 방황 속에서 우리는 세 가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화자에서 기획자로의 시선 이동

단순히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왜 학생들은 이 부분을 어려워할까?", "교재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이해가 빠를까?"를 고민하며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의 설계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콘텐츠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인 학습자 중심 사고를 갖췄다는 증거입니다.

둘째, 불편함을 못 참는 프로세스 디자이너

인상 깊었던 점은 교재 기획 업무 당시, 뒤죽박죽이던 파일 관리 구조를 뜯어고치고 검수 기준을 매뉴얼화했다는 것입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시스템의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주도성은 신입 사원에게서 보기 힘든 귀한 역량입니다.

셋째, 문과생이 찾아낸 무기, AI 리터러시

교재 검수라는 반복 업무를 AI 프롬프트로 자동화해 보려 했던 시도 그리고 관련 자격증 취득. 이것은 막연한 스펙 쌓기가 아닙니다. '교육 콘텐츠 노가다를 기술로 해결하고 싶다'는 명확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해결책입니다. 에듀테크 기업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서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한마디 :
"그동안은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제가 만들고 싶은 교육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네요. 제 1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 안심이 됩니다."



완성된 여정

이 이력서는 단순히 영어 강사 출신의 취업 도전기가 아닙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아는 사람이 기술을 만나 콘텐츠를 바꾸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왔습니다.

교실 앞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경험은 사용자 이해가 되었고,

교재를 만들며 밤새웠던 시간은 콘텐츠 기획력이 되었으며,

AI를 공부한 시간은 미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경력의 길이는 짧고, 전문성을 더 쌓아야 할 부분도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력서는 더 이상 시급 좋은 알바를 전전한 기록이 아닙니다.

교육 콘텐츠와 에듀테크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단단한 프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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