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값을 제대로 증명하는 커리어 포지셔닝 맵
일은 정말 잘하는데, 연봉은 늘 팀 평균 언저리인 사람.
실력은 S급인데, 자신을 늘 과소평가하는 사람.
반대로 실력은 아직 B급인데, 스스로를 A+라고 믿고 시장과 계속 엇박자를 내는 사람.
혹시 이 셋 중 하나에, 지금의 내가 들어가 있진 않나요?
최근 커리어 관리의 함정 편에서 NBA 레전드 스코티 피펜의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만든 핵심 선수였지만, 당시 리그 상위 100명 안에도 못 드는 연봉을 받았던 선수 말입니다. 전성기 내내 팀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어떤 시즌에는 같은 팀 식스맨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시장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그걸 기준으로 협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하나 제안해 보려 합니다. 커리어를 단순한 연차와 직함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의 명확한 위치로 바라보게 해주는 도구. 바로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입니다.
포지셔닝 맵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비슷한 것들을 한 장에 펼쳐놓고,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 비교해보는 그림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브랜드를 머릿속에 떠올려 봅시다. 십자(+) 모양을 그리고, 가로축은 가격, 세로축은 경험(분위기)이라고 해보죠.
그림을 보면 바로 느껴집니다.
"이 브랜드는 싸고 실용적인 쪽을 먹고 들어가는구나."
"여기는 비싸지만 경험을 파는 곳이네."
"저렴하지만 감성 있는 커피 포지션은 아직 비어 있네?"
포지셔닝 맵의 좋은 점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도 내가 어느 구석에서 강점을 만들 수 있을지를 바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스코티 피펜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당시 NBA라는 시장에서 피펜은 어떤 위치였을까요?
실력 : 리그 최상위
팀 공헌도 : 조던의 바로 옆에서 우승을 함께 만든 핵심
연봉 : 팀 내 6~7번째 수준(심각한 저평가)
이 말은 곧, 시장 안에서의 본인 위치와 계약서에 적힌 가격표가 전혀 맞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커리어도 똑같습니다.
"저는 경력 7년 차 기획자입니다. B2C 서비스 경험도 있고, 데이터도 조금 봅니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시장 안에서의 내 위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연봉협상, 이직, 자기소개에서 우리가 자꾸 말리는 이유는 대부분 이겁니다.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 사람인지를 나 스스로도 명확하게 모른 채 싸우기 때문입니다. 내 위치를 모르면, 가격을 매길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포지셔닝 맵이 필요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 커리어의 포지셔닝 맵을 그려볼 차례입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1단계. 내가 뛰는 시장부터 정확히 정하기
먼저 내가 경쟁하는 판을 정의합니다. 그냥 직장인 전체가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IT 서비스 기획 5~8년 차
브랜디드 콘텐츠 마케터 3~5년 차
스타트업 HR Manager 3~7년 차
포지셔닝 맵은 항상 비슷한 선수들끼리 모여 있는 판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2단계. 이 시장에서 중요한 두 축 고르기
이제 이 시장에서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 2개를 골라 십자(+) 축을 그립니다.
IT 기획자라면 : (X) 전략 ↔ 설계, (Y) 신규 서비스 ↔ 운영/고도화
마케터라면 : (X) 퍼포먼스 중심 ↔ 브랜딩/콘셉트 중심, (Y) 실행자 ↔ 전략가
팁 : 축을 못 정하겠다면?
채용 플랫폼(사람인, 원티드 등)에 들어가서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채용 공고 3개만 찾아보세요. 자격 요건이나 우대 사항에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가 있나요?(예: 데이터 분석, 영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그게 바로 시장이 중요하게 보는 핵심 축입니다.
3단계. 나와 경쟁자를 그 위에 찍어보기 이제 그 축 위에 점을 찍어봅니다.
나 자신의 위치(●) : 솔직하게 지금 기준으로 찍습니다.
동료/경쟁자들의 위치(○) :
"저 사람은 전략은 강한데 운영은 약해"
"저 사람은 디테일은 좋은데 사업 감각이 부족해"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대략적인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걸 그려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남들은 다 왼쪽에 몰려 있네? 내가 오른쪽(전략) 역량을 키우면 희소성이 생기겠구나!"
"이 사분면에는 동료가 거의 없네? 여기가 내가 치고 들어갈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4단계. 3년 뒤에 서고 싶은 자리를 별표로 찍고 연결하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지금 내 위치 : ●
3년 뒤 내가 서고 싶은 위치: ★
예를 들어, 지금은 운영에 강한 실무자(왼쪽 아래)지만, 3년 뒤에는 신규 서비스를 리딩하는 PM이 되고 싶다면 별을 찍으세요. 그리고 점과 별 사이를 화살표로 이어보세요.
그 화살표가 바로 당신의 커리어 로드맵이 됩니다.
신규 서비스 기획 스터디하기
작게라도 0 to 1 사이드 프로젝트 해보기
데이터 분석 툴 익히기
막연하게 "성장해야지"가 "나는 지금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이동 중이다"라는 구체적인 방향으로 바뀝니다.
관리의 함정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력은 좋은데, 자신의 커리어를 숫자와 시장 기준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스코티 피펜처럼 싸게 쓰이는 인재가 된다."
포지셔닝 맵을 그리는 순간, 여러분은 세 가지 무기를 갖게 됩니다.
연봉협상은 떼쓰기가 아니라 증명이 됩니다. "남들만큼 올려주세요"가 아닙니다. "시장에서 이쪽(오른쪽 위) 포지션은 희소합니다. 제가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이 방향으로 더 나아갈 것입니다."라고 맵 위에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직 전략이 선명해집니다. "지금 내 위치는 여기인데, 저 회사는 이쪽 포지션을 찾고 있구나. 그럼 자기소개서에서 이 두 가지 경험만 강조해야지." 전략이 단순하고 강력해집니다.
애매한 사람에서 분명한 사람이 됩니다. 시장에서 이것도 저것도 조금씩 하는 평균은 언제든 대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쪽 사분면에서 확실히 강한 사람은 쉽게 갈아끼우기 어렵습니다.
스코티 피펜은 코트 위에서는 완벽했지만, 계약서 앞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몰랐습니다.
만약 그가 포지셔닝 맵을 그렸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자신이 득점(조던의 영역)이 아닌 수비와 경기 조율이라는 다른 축에서 대체 불가능한 오른쪽 위 영역에 있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헐값 계약 대신, 자신의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당당히 요구했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차, 직함, 프로젝트 개수만 늘리는 관리에서 시장 안에서의 내 위치와 이동 경로를 설계하는 관리로 넘어가야 합니다.
오늘, A4 용지 한 장을 꺼내 십자(+)를 그려보세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로 이동하고 싶습니까?
그 점을 찍는 순간, 당신의 커리어는 더 이상 운에 맡기는 도박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는 커리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