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마주한 한 여성의 잔상

by 방구석대법관



허리가 살짝 굽은 중년의 여성이 법정 문을 열고 들어왔다. 누가 봐도 법정은 처음 와보는 모습이었다. 앉을자리를 찾아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곤 멀고 높이 있는 판사석을 보고 흠칫 놀랐다.



여성은 앉아서 어깨를 움츠리고 재판을 지켜봤다. 여성의 눈빛은 공허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재판으로 또 무언가를 잃을 것만 같았다.



여성의 재판은 끝났다. 불과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성이 그 재판을 보기 위해 얼마의 시간을 들여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판사는 다음 사건의 출석자를 확인한다. 여성은 자신의 재판이 끝났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 법정 경위가 여성에게 다가간다. 법정 경위가 무엇인가를 말하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곤 들어올 때처럼 세월에 눌린 허리를 힘겹게 세우고 천천히 법정 밖으로 나간다. 여성의 희고 억센 머리카락이 잔상처럼 법정에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담배 냄새 밴 임금 수령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