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정치인들은 개인적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보도자료가 한 번이라도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실효성 없는 조례도 만들고 간담회나 정책토론회 같은 행사들도 개최한다.
원래 시민들과 공공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조례로 만들어서 사업을 실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의원 개인을 빛내주는 용도로 변질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조영만 의원의 지시에 따라 발달장애인 관련 조례 초안을 만들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따르릉”
“네, 의원님”
“내가 이번에 발의한 발달장애인 조례 관련해서 장애인 부모회와 담당 부서가 같이 간담회를 좀 열고 싶은데, 일정 확인해서 준비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그 조례안은 초안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했다.
아직 협의공문을 보내지도 않은 시점에서 간담회를 연다는 것이 시기상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그가 관심 있는 건 부모들의 절절한 사연이나 문제의식을 조례에 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보도자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 내용도 없는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의회에서 일할수록 자아가 사라지고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공식 의정활동으로 인정되는 조례 관련 간담회였기 때문에 보도자료 역시 업무로 인정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간담회를 의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고 싶다고 팀장님께 말했다.
나는 참가자들의 초상권이 있기 때문에 촬영 전, 동의서 작성이나 구두로라도 동의를 받고 찍는 게 좋겠다고 조 의원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고 대충 넘어가는 모양새였다.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의원님, 장애인 가족들도 오시고 담당 공무원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유튜브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꼭 초상권 관련해서 사전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나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이미 지난번, 선거 문자사건 때도 알아서 한다는 말에 한번 당했던 터라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 재판까지 받았으니 좀 나아졌겠지.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회의 시작 10분 전, 그는 회의장에 모인 10여 명의 장애인 부모와 공무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영만 의원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일부러 시간 내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간담회에 앞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 회의가 유튜브로 방송되기 때문에 얼굴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가 확인해 보니 저희 의회 영상시스템으로는 실시간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만약 얼굴이 공개되는 게 싫으신 분들은 지금 회의장을 나가셔서 다른 곳에서 핸드폰으로 회의를 참관하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나만 깜짝 놀랐을 뿐, 그는 얼굴빛 하나 달라지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