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
지방의원은 부시장급이지만 의원의 대표인 의장으로 선출되면
시장급이 되면서 넓은 의장실과 전용차량, 운전기사와 비서 등과 함께 업무추진비 카드도 나온다.
A시가 주최하는 행사에 가면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인사말을 했고
A의회가 여는 행사에서도 항상 축사를 하게 된다.
의회에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의장 명의로 임명장이나 상을 주고 의장배 체육대회 등도 열린다.
그때마다 사진이 찍히고 홍보물도 나오게 마련이라
시민들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먹고사는 의원 모두가 의회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인,
의장을 꿈꾸게 되는 듯하다.
의원임기는 4년으로 정해져 있고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에 의장선거가 있다.
내가 들어올 때는 김병수 의장이었지만 어느덧 하반기 의장을 새로 뽑을 시기가 되었다.
과연 누가 다음 의장이 될 것인가? 지금 의장이 계속하게 될까?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조 의원을 고발하면서 의원 사이에서도 평판이 안 좋은 오미경 의원은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박세준 의원이 젊지만 다른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도 청년의원보다는 연륜이 있는 조영만 의원이 되지 않겠냐,
이러다가 지금 의장이 계속하게 되는 게 아닐까? 등등
다들 말이 많았지만 어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드디어 선거날이 밝았다.
의원들은 엄숙하게 본회의장에 앉아 의장후보를 추천했다.
오미경 의원은 현 의장인 김병수 의원을 추천했고
박세준 의원은 상반기 성과만 봐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다며 스스로 나섰다.
비밀투표를 마치고 개표한 결과, 박세준 의원은 1표, 나머지 3표가 김병수 의장으로 나왔다.
보나 마나 박세준 의원은 스스로를 찍었을 것이고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김병수 의장을 선택한 듯했다.
박세준 의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같은 당인 조영만 의원은 자신을 뽑아줄 거라 믿고 있었나 보다.
회의 시작할 때, 웃음과 기대가 가득했던 얼굴은 개표와 함께 실망으로,
김병수 의장이 수락연설을 할 때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서류를 책상에 패대기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복도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김병수 의장은 의장이 된 기념으로 저녁을 사겠다면서 의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모두들 별일 없겠지?
어쩐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퇴근했는데 역시나 불안한 마음은 틀린 적이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