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갑질을 할 수 있다.
회기마다 10개도 넘는 조례가 올라오지만
이번에 올라온 '갑질 예방 조례'는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갑질이란 자신의 영향력과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에게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함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의원이 공개한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갑질을 경험하거나 동료가 갑질을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의원 출퇴근 차량 운전부터 자녀 등하교, 대학원 입학소개서 작성 같은 사적업무를 지시하거나 정당홍보물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그런 기사를 보니 나는 사적업무를 한 적은 없으니 상대적으로 편안한 직장생활을 한 건가.
쓴웃음이 났다.
의원이 부당하거나 사적인 업무를 시킬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지원관 면접할 때 꼭 나오는 질문이다.
칼같이 거절하겠다고 답변하면 일 안 하는 지원자처럼 보일 까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하겠다고 대답하면 시키는 건 아무거나 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
대답하기 어렵다.
면접할 때도 그런데 앞으로 몇 년간 봐야 할 의원이 시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의원들만 갑질을 하는 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권한이 생기고
'그게 뭐가 힘들다고.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에서 당연하게 일을 시키는 순간,
누구나 갑질을 할 위험이 있다.
아파트입주민들이 경비원에게,
회사에서 아랫사람에게,
목사가 신도들에게,
주민자치위원들이나 지역유지들이 공무원에게 등등
주변을 둘러보면 특별한 사람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라 안 그런 줄 알았던 사람들도
무심코 갑질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갑질에 대해 물어보면
본인들은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의원들도 그랬다.
갑질 예방조례에 서명해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의원들이 무슨 갑질을 한다고! 공무원이나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지.' 이런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직원들은
숨 쉬듯 일상적으로 갑질을 해서 본인들이 갑질을 하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웃었다.
혹시 나도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