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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지났다.

비상계엄의 추억

by 꽃피랑

2024년 12월 3일.

식구들과 함께 강철부대 W를 보고 있었다.

707과 해병대 여성대원들의 가혹한 행군미션을 보다가 광고가 나오길래 잠시 채널을 돌렸다.


갑자기 긴급 기자회견으로 대통령이 나왔다.

반국가세력을 일시에 척결해야 하고.. 이런 말들이 나올 때부터

남편이 "혹시 이러다가 계엄하는 건 아니겠지?"

농담처럼 말했다.

그때 나는 '에이.. 설마. 지금 시대에 무슨."이라고 답변을 하는 도중에

계엄을 선포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다.

진짜 그런 이유로 계엄을 한다고?

잠시 후, TV에서는 국회 위로 헬기가 날아다니고

방금 강철부대에서 보던 707 군인들이 뛰어다니는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팀장님께 포고령을 전달받고 나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지방의회는 6월과 12월에 정례회가 있는데

12월 정례회에서는 다음 해 예산에 대해 심의한다.

그때도 회기 중이었는데 포고령 1항부터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되어 있었다.


'지방의회 활동도 포고령에 따라 금지되면 내일 출근은 할 수 있는 건가?

심사하고 있던 내년 예산은 어떻게 되는 거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복잡했다.


새벽1시쯤 국회에서 계엄해제가 의결된 뒤에야

'평소처럼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 누웠지만 불안한 마음에 잠이 오지를 않았다.


다음날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 는 증언이 나오고

하나씩 실체가 밝혀지면서 그날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그날 모두가 TV로 그가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하는 걸 봤는데 아직도 재판은 끝나지 않았고

그를 지지하던 정치인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그가 가진 권력은 그를 선택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법적인 정당성 하에서만, 5년 임기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사실을 잊고 북쪽의 김정은처럼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사용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가 경고성 계엄 운운하거나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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