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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습격

그들이 의회를 찾은 이유

by 꽃피랑

지난번 이야기

https://brunch.co.kr/@allisa98/37


술집에서의 난동으로 제명당했던 박세준 의원은 다시 돌아왔지만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회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의회 본회의장은 누구나 방청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박세준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본회의 방청은 정말 앉아서 듣기만 할 수 있을 뿐,

피켓을 들거나 박수나 고함을 치는 등 의원의 의견에 대해 가부를 표현할 수 없다.


심지어는 취식도 불가능하다며

물조차도 회의장 밖에서 마시도록 안내한다.

가끔 어르신들은 물도 못 마시게 하냐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생수병도 가지고 들어갔다가 열받아서

의원에게 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원래 본회의 방청은 아무도 안 오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개발이슈가 있을 때 많아야

10명 남짓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10시부터 회의가 시작되지만 9시 반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의회 계단에서 '박세준 의원은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은 다음, 의회 내부로 들어왔다.


그들은 '박세준 의원 당장 나와!'

'왜 시민을 막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고

의회 남자직원들은 그들이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 와중에도 무슨 생각인지 정하윤 지원관은

시위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보내면서

박세준 의원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통화내용을 들으니 지금 의회에 들어왔다가 이들과 맞닥뜨리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으니 천천히 오시거나 다른 루트로 돌아서 회의에 참석하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그럼 시민들은 정말 정의구현을 위해 의회에 왔던 것일까?

일부는 그랬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오랫동안 일한 직원에 따르면 제일 앞에서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던 사람은

항상 시장님 편에서 각종 시위를 주동한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에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기에

시장의 개발공약들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각종 개발이나 시장 공약과 관련해서

의원들이 반대하면 매번 그 의원들을 공격한다고.

그러면서 지역에서는 본인이 시장님 오른팔이라며

떠벌리고 다닌다고 한다.


박세준 의원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오미경 의원도

그들에게 박세준 의원을 공격할 만한 내용을 일부러 흘리며 민원을 제기하도록 부추겼다.


정치란 이렇게 하는 건가.

내 뜻을 관철하려고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반대하는 상대방을 짓밟는 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밟힐 수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여러모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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