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

by 조가

우리는 관계의 거리를 눈으로 잴 수 없다.

그 간격은 늘 감각으로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온도계라는 은유를 떠올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는 언제나 변화한다.

너와 가까워질수록 나는 너의 체온을 느끼지만, 동시에 내 온도를 잃는다.

그 따뜻함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거리를 두면 내 온도는 선명해지지만, 외로움이라는 냉기가 찾아온다.


온도계의 바늘은 늘 흔들린다.

관계는 정지된 상태가 아니며, 고정된 법칙도 없다.

때로는 가까움이 필요하고, 때로는 멀어짐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내 온도를 지키면서도 타인의 온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힘이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이 균형을 잃는다는 것이다.

너의 체온에 잠식되거나, 내 온도를 과잉 보호하느라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친밀도, 지나친 단절도 결국 관계를 무너뜨린다.

경계 없는 따뜻함은 소멸로, 극단적 차가움은 고립으로 이어진다.


관계의 지혜란 아마도 이럴 것이다.

필요할 때는 한 걸음 다가가고, 때로는 조용히 물러서는 것.

내가 차갑게 식어 있음을 깨닫고, 네가 너무 뜨겁게 달아올랐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 변화에 맞춰 거리를 다시 조율하는 것.


온도계는 숫자를 기록하지만,

인간은 감정으로 거리를 잰다.

그 미묘한 온도의 차이를 이해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의 온도계는 지금 어디를 가리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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