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멘탈 공사가 필요해."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3

by Annie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욕심은 많은데, 예산은 늘 모자라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한 달의 유예기간이 있었다. 주인사장님께서 렌트프리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청소를 하며 어떻게 시공할지 계획했다. 공간이 오래 비어있었던 터라 청소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공간의 용도'이다. 인테리어를 시작하면 계획보다 자재비가 훨씬 많이 든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공간의 용도를 파악하고 예산을 어느 곳에 더 투자할지 분배해야 한다. 오빠는 현실적인 사람이고 나는 그 반대의 이상주의자라, 쓰는데 인색하지 않은 편이다. 이 글은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면 예산을 더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담아 남기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네 개의 공간을 중요도 순으로 나누어 인테리어 계획을 세웠다.


우선순

(1) 쇼룸

- 벽돌: 시멘트 미장
- 바닥: 이탈리아 미장재 시공
- 벽: 이탈리아 미장재 시공
- 창틀: 유성 페인트 도색

* 천장은 기존 상태 유지 — 예산 절약


(2) 작업실

- 벽: 수성 페인트 도색
- 천장: 레일 조명 설치, 수성 페인트 도색

*바닥은 기존 상태 유지 — 예산 절약


(3) 현관+카운터

- 현관 벽: 화이트오크 합판재 시공
- 현관 바닥: 시멘트 미장
- 카운터 벽: 화이트 오크 합판재 시공, 가벽에 내장 선반 제작


(4) 사무실

- 벽: 가벽 설치, 단열 내장폼 시공, 수성 페인트 도색
- 천장: 레일 조명 설치, 수성 페인트 도색
- 바닥: 장판 설치


(5) 화장실

- 벽: 수성 페인트 도색
- 천장: 수성 페인트 도색
- 창틀: 유성 페인트 도색

* 화장실 2칸 중, 1칸은 기존 상태 유지 — 예산 절약


첫 번째로 적을 공간은 (1) 쇼룸의 도색 전 과정이다.


우리는 판매공간으로 사용할 쇼룸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이 공간을 1순위로 선택한 이유는 오프라인 판매와 촬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서는 얼마나 공간에 투자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다른 공간을 작업할 때 예산이 마이너스 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래 글에 담겨있다. 인테리어가 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보수가 추가비용을 만든다. 에폭시로 바닥을 마감했으면 보다 저렴히 마감했을 일을, 미장을 선택하면서 3배가량 비용이 늘어났다. 그나마 우선순위에서 첫 번째였던 공간이었기에 다행이었다. 다른 공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늘어난 예산이 훨씬 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예상 밖 시나리오에 마주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데, 쓸 수 있을까?’


작업실을 보러 갔을 두 번째 날이었다. 쇼룸으로 사용할 공간의 바닥이 뒤틀려 있었다.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인사장님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첫날 우리는 이 방을 보자마자 여기가 쇼룸이면 좋겠다는 판단을 이미 했던 상태였다. 그 마음을 모르실 주인사장님께서는 “여긴 창고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은데, 무거운 물건만 아니면 괜찮을 거예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사장님 이대로 비워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에요. 가능하면 바닥만 보수 봐주실 수 있으실까요? 협의해 주시면 저희는 바로 들어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선은,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아시는 분 건너 이 쪽 하시는 분이 있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


주인사장님께서는 바닥 보수를 해주시기로 결정하셨고, 우리는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빠르게 계약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져 기다리는 동안 동동거리기도 했다. 며칠 뒤 작업자 분들이 시멘트 몰탈을 마무리하고 갔다. 일주일 뒤에 가보니 쩍쩍 깨져있는 바닥을 발견했다. 시공 직후에 묽게 남아있던 시멘트 자국을 보고 균열이 생길 것 같단 생각이 곧 현실이 되었다. 주인사장님께서도 난감하신지 "다시 연락을 해봐야 할 거 같다."는 말씀을 하시고는 자리를 떠나셨다.


“사장님, 이번 주에는 보수가 가능할까요?”

“...”

“죄송하지만 이번 주는 마무리가 될까요?”

“이 주에는 바빠서 안된다고 하네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아무 조치 없는 한 달이 흘렀다. 결국 주인사장님께 연락을 드려 만나 뵙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하는 분들이 전화를 안 받네.. 아이 참, 그분들이 연락을 안 받아요.”


당황스러웠지만 사장님의 상황도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기다림 끝에 새로운 시멘트 업체를 통해 바닥 보수를 마무리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바닥에 잔금이 슥슥 가는 것이 다시 눈에 보였다.


“이젠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겠다. 더 요구할 수는 없어.”


문제 있는 곳에 시멘트를 섞어 메워보기도 하고 건축용 퍼티를 사용해보기도 했다. 우리의 첫 번째 골칫거리였다.


“두 번째 몰탈은 잘 된 것 같은데 바닥면에 나무가 있어서 그런가, 땅이 들뜨는 거 같아.”

“응, 지금 온도차도 심하고, 수축 팽창하다 금 가는 것 같은데.”


제일 큰 문제였던 삐거덕 거리는 소리와 지면의 불안정성은 잡혔지만, 지면의 평과 금이 간 부분은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쇼룸 바닥 (1차 시멘트 몰탈 후)
쇼룸 바닥 (2차 시멘트 몰탈 후)
쇼룸 바닥 (2차 시멘트 몰탈 후, 퍼티 1차 보수)



작전을 변경하다


우리의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졌다. 바닥을 시멘트로 몰탈하고, 흔히 시공하는 에폭시 바닥으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보기 싫게 금이 가있는 것 아닌가. 이 바닥은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면 단차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셀프 레벨링을 시도하기에는 규모도 크고 기술이 없는 상태였다. 우리는 에폭시 시공을 포기하고 금 간 바닥을 티 안 나게 보완하는 방법으로 석회 기반의 미장재를 선택했다. 유럽 미장에 많이 사용한다.


쇼룸과 이어진 현관에는 체크 모양의 바닥 타일이 깔려 있었다. 쇼룸과 현관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현관 바닥에도 시멘트 몰탈을 할 예정이었다. 현관 바닥을 통해 쇼룸으로 시선이 이어지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고민이 생겼다.


“현관의 타일 위에 시멘트를 올리면 깨지지는 않을까?”

“응, 쇼룸 바닥처럼 깨질까 걱정이다.”


오빠와의 고민 끝에 현관 바닥에 시멘트를 부어보기로 결심했다. 몰탈 전 시멘트가 잘 붙을 수 있도록 코팅제를 바르고, 하루정도 마르게 두었다. 시멘트를 개어 고르게 붓고 펼쳐 수평을 맞추었다.


현관 바닥 (코팅재 건조)
현관 바닥 (1차 시멘트 몰탈 과정)


현관 바닥은 걱정과는 달리 말끔히 몰탈이 되었다. 깨짐 현상도 없이 온전하다.


현관 바닥 작업을 마침과 동시에 새로운 작업에 들어갔다. 쇼룸 벽면의 주홍빛 벽돌을 시멘트로 평평하게 미장하는 것이다. 벽돌 사이의 틈을 메우고 평면을 맞추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쇼룸의 이미지는 벽에서 보이는 단차가 없고, 깔끔하게 석회 미장재로 마감된 벽이었다. 벽돌을 그대로 두면 미장을 했을 때 벽돌의 울퉁불퉁한 단차 때문에 값비싼 미장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단차가 눈에 튀어 보일 것 같았다. 이미 금이 간 바닥도 보수를 위해, 에폭시에서 미장을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멘트 미장이 시작되었다. 벽돌이 창틀 아래에 있어 작업을 하려면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시멘트가 굳기 전 퍼서 얹고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벽돌의 틈을 메워갔다. 물을 너무 많이 섞으면 시멘트가 묽어서 무너지고, 너무 적게 넣으면 빠르게 굳어버렸다. 시멘트의 무게도 꽤 무거워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모래성을 쌓는 게 더 쉽겠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경험 없는 이들에게 시행착오는 따라오는 숙제였다. "도대체가 이 건물은 평이 맞는 게 없어?"라며 괜히 오빠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노래도 부르고 깔깔거리면서 웃다가, 아무 말 없이 적막 속에서 작업했다. 몸이 힘드니까 노동요는 개뿔. 빨리 끝내기나 하자, 배고프다는 말이 연신 입에서 나왔다. 심지어 저녁에는 조명이 없어서 2배속으로 일을 했다.


어둑해질 저녁, 적은 빛에 의지해 작업했다.


“내가 00년도에 연세대학교 병원 공사 들어가서 벽돌 나르고 미장 작업 다 했어.”


지금은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하신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진득이 드셨을 때, 우리 집 주택의 여럿 보수를 도맡으셨다. 같이 살았으니까. 그때는 하지 말래도 하니까 '학고방’ 같다며 나와 가족들이 많이 나무라곤 했는데. 보기 좋지는 않더래도 뭐라고 하지 말걸 그랬다. 80이 넘은 연세의 몸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하셨던 건데 말이다.



마무리된 밑 작업

쇼룸 벽 (시멘트 미장 전-주홍빛 벽돌이 둘러져 있다.)
쇼룸 벽 (시멘트 미장 후-좌측)
쇼룸 벽 (시멘트 미장 후-우측)
현관 바닥 (1차 시멘트 몰탈 후-쇼룸의 바닥과 이어지도록 작업)
쇼룸 바닥과 벽 (N차 퍼티, 샌딩 마무리)


도색 작업을 하기 전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 적어보았다. 지금은 인테리어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지만 이 과정을 진행하던 초기에는 열심히 시간을 쪼개어 시간을 쓰고, 알아보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체력이 떨어지고 열정과 의지가 상실되는 과정을 겪었다. 아무리 간절해도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 완벽하게는 모르겠다. 그 답을 찾을 때 그게 삶의 또 한 가지 이유가 될 거라 생각하며 한다.


쉽지 않던 이 과정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무모함'이 장점이 될지도 모른다. '시작했는데 어쩔 거야, 내 인생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을 텐데? 시선이 뭐가 중요해.' 작년의 나는 스스로를 탓하며 이 말을 부정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가 보다 하며 그저 웃는다.



고단함을 잊게 만드는 풍경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4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