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자만이 평범하게 살아간다.
내가 드라마 '미생' 에 출현했다면, 나의 역할은 아마 지나가는 '신입사원 112' 쯤 이였을 것이다. 옆 옆 부서에서 메일을 쓰는 '3년 차 사원 54' 쯤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전투바둑을 두었던 장그래의 경력을 부러워할 만큼, 회사 업무를 바둑판 위에 돌을 두 듯 해결해가는 장그래의 지략들을 질투할 만큼 평범한 길을 걸어왔다. 정해진 길을 차분하게 걸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장을 손에 얻었다. 입사 지원서에 적었던 나의 경력은 겨우 교양 과목에서 진행했던 팀 프로젝트뿐이었다. 그 흔한 해외 여행 경험 없이 회사에 입사하고, 지금은 1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회사 쳇바퀴 안을 열심히 달리는 햄스터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너는 용기가 없는 거라고. 진정 좋아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All-in 할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사는 거라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모른 채 기계처럼 사는 겁쟁이일 뿐이라고. 때론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모든 걸 그만 두고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하겠어! 사회적 기업에 입사해 사람을 위해 일하겠어! 대기업에 입사해 일생을 노예로 보내는 건 멍청한 일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용기 내지 않을 용기를 낸다. 회사를 그만 둘 용기를 내지 않을 용기를 낸다. 잘하는 과학보다는 좋아하는 사회를 택하는 용기를 내지 않을 용기를 냈다. 취업 걱정 없이 휴학 후 1년간 해외여행을 다닐 용기를 내지 않을 용기를 냈다. 누군가 보기에는 평범하고 재미없는 인생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전하지 않는 심심한 삶일 지도 모르겠지만, 난 항상 이 길을 걸어오기 위해 용기를 내 왔다. 도전하지 않는 용기를, 안전한 길을 택할 용기를 내 왔다.
누군들 떠나고 싶지 않으랴, 누군들 자유롭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제자리로 돌아갈 용기를 낸다. 그리고 도망칠 용기를 내지 않을 용기를 낸다. 우리 아빠의 젊은 시절, 매일 야근하는 팀장님, 휴일 없이 자신의 가게를 꾸려가는 사람들, 어쩌면 살아가는 모두가 용기를 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가진 것들을 지켜가기 위해 도전하지 않을 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