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울 때마다 느끼는 공통된 진리가 있다. 기술을 익히는 초반에는 힘을 주는 것이 필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힘을 빼야 한다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힘을 뺀다는 것은 단순히 긴장을 풀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의도와 동작 사이에서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흐르도록 하는 태도를 뜻한다. 수영은 이 진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운동이다.
나는 골프를 배운 지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백돌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드물게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힘을 빼고 손목과 팔꿈치, 어깨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골프채가 원하는 궤적을 그릴 때다. 공은 억지로 치지 않아도 중력과 회전이 어우러져 정확히 스윗스팟을 맞는다. 그 순간 공은 마치 날개를 단 듯 원하는 거리만큼 뻗어 나간다. 힘을 주면 줄수록 헤드가 꼬이고 궤적이 흔들리지만, 힘을 뺀 순간 오히려 의도한 대로 흘러간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팔에 힘을 잔뜩 주고 던지면 공은 오히려 느려지고 제어가 어렵다. 그러나 어깨와 손목을 부드럽게 풀어 던지는 순간, 공은 빠르고 정확하게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간다. 축구 또한 힘을 뺀 발끝에서 가장 멀리, 가장 정확한 슈팅이 나온다. 인간의 몸은 힘으로 밀어붙일 때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일 때 더 큰 성과를 낸다.
이 법칙은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힘을 주고 부담을 얹는 순간, 관계는 단단해지지 않고 오히려 쉽게 균열이 생긴다. 상대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태도에서 더 큰 신뢰가 쌓인다. 서로가 힘을 빼고 다가설 때,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지고 결과적으로 일에서도 더 큰 성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 모든 깨달음이 응축된 곳이 바로 수영이다. 물 위에서는 억지로 발버둥칠수록 몸은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린다. 팔에 힘을 주면 물살을 가르지 못하고, 다리에 힘을 줄수록 무게는 가라앉는다. 그러나 어깨를 내려놓고 호흡을 고르게 하며 물에 몸을 맡기는 순간, 신기하게도 물은 나를 떠받친다. 머리를 물속에 넣는 두려움을 내려놓아야만, 다시 고개를 들어 숨을 쉴 수 있다. 힘을 빼야만 호흡이 이어지고, 호흡이 이어져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수영은 물리적 운동을 넘어 삶의 은유다. 힘을 주면 주는 대로 억눌리고, 내려놓으면 내려놓는 대로 길이 열린다. 물속에서 배운 힘 빼기의 감각은, 삶에서 집착을 놓고 관계에서 완급을 조절하며 살아가는 지혜로 이어진다.
우리는 흔히 성과를 내기 위해 더 강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시작은 노력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그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려면, 반드시 힘을 빼는 순간을 알아야 한다. 수영에서 배운 이 교훈은 운동을 넘어, 일과 관계, 그리고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은 깨달음이다.
힘을 뺀다는 것. 그것은 무기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오래, 더 멀리, 더 깊게 나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의 다른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