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칭찬의 역습, 타인의 인정이라는 감옥에서 탈출

by 테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한때 우리 사회를 휩쓸며 절대적인 교육의 지침처럼 자리 잡은 적이 있습니다. 칭찬이 가진 긍정적인 힘을 맹신하며 아이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조직 안에서도 서로를 끊임없이 치켜세우는 문화가 훌륭한 미덕으로 여겨졌지요.


칭찬을 아끼는 것은 인색하고 낡은 방식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태도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교육과 상담의 최전선에서 제가 목격한 진실은 그 맹목적인 믿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때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지는 몰라도,
인간의 고귀한 영혼을 타인의 시선이라는
비좁은 감옥 속에 가두는
가장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족쇄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7화에서 다루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칭찬은 가장 세련되고 효율적인 형태의 사회적 보상입니다.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주어지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기쁨을 유발하고 그 행동을 다시 반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 칭찬의 교묘한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

혹은 칭찬받았던 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하는 순간,

내 삶의 주도권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내 행위의 가치와 내 존재의 의미를 결정하는 권한이

오롯이 나를 지켜보고 평가하는 타인에게 통째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어른의 마음속에는 이 칭찬의 역습에 깊게 베인 상처받은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착하다,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 자신의 진짜 욕구를 억누르고 순종했던 아이들은 몸집이 커진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인정 없이는 단 한 걸음도 스스로 내딛지 못하는 지독한 인정 중독에 시달리곤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성취를 이루고도 누군가의 찬사가 즉각적으로 뒤따르지 않으면 금세 깊은 허무와 불안에 빠집니다.


이들에게 삶이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기쁘게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라는 채점표에 강박적으로 동그라미를 채워 넣어야만 안도할 수 있는 고단하고 숨 막히는 시험의 연속일 뿐입니다.


칭찬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주 부드럽고 합법적인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강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상대의 즉각적인 저항과 분노를 불러일으키지만,
칭찬은 상대로 하여금 기분 좋게 나의 통제에 따르게 만듭니다.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것은 은연중에 자신이 그를 평가할 수 있는 우위의 자리에 있음을 선언하는
권력 행위이기도 합니다.
칭찬을 받는 사람은 그 기분 좋은 보상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평가자의 기준에 자신을 철저히 맞추기 시작합니다.
결국 무분별한 칭찬은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들이고 조종하는 가장 우아한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당하는 한국 사회에서,

칭찬은 철저히 결과 지향적으로 주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시험 점수가 잘 나왔을 때, 좋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때 쏟아지는 찬사는 역설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나는 가치 없는 존재라는 깊은 무의식적 공포를 심어줍니다.


칭찬이라는 외부의 보상을 얻지 못하는 순간,

그동안 쏟아부은 모든 노력의 시간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자존감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 자체에서 느꼈던 순수한 기쁨이나 스스로에 대한 긍지는, 타인의 평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힘없이 휩쓸려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달콤한 칭찬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치유와 내면의 성장은 타인의 인정이라는 지독한 갈증에서 벗어나,

내 안에서 스스로를 긍정하는 자생적인 힘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상담자로서 저는 내담자들에게 칭찬 대신 격려를 건네려 애씁니다.

칭찬이 결과에 대한 타인의 수직적인 평가라면,

격려는 그 사람이 지나온 고단한 과정에 대한 수평적인 공감이자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입니다.

참 잘했다거나 훌륭하다는 판단의 언어를 내려놓고,

당신이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혹은 실패를 견뎌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군분투했는지 알아주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어떤 아픈 결을 지니고 있는지 조용히 곁에서 함께 바라보는 진실한 목격자가 되어주는 일,

그것이 칭찬보다 백 배는 더 강력하게 사람을 살리고 일어서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찬사에 일희일비하며

내 영혼의 크기를 재단하는 짓을 멈추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은 밖에서 굳게 잠겨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그 안에서 박수 소리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스스로 문을 닫고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 그 문을 열고 당신의 두 발로 당당히 걸어 나오십시오.

당신을 향한 날 선 비난이 당신의 본질을 결코 훼손할 수 없듯이, 신을 향한 화려한 찬사 또한 당신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다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입맛과 기준에 맞게 재단되어야 할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칭찬받지 않아도, 박수받지 않아도 당신은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하고 눈부신 주체입니다.

타인의 인정을 먹고 억지로 꽃을 피우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비바람을 맞으며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척박한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억세고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그 단단한 뿌리를 믿으십시오.

칭찬이라는 보상이 없어도,

당신이 오늘 스스로 선택한 그 걸음 하나하나가 곧 당신의 가장 찬란한 역사입니다.






다음주 수요일에는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주는 피로감]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