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럼프라면?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해보다

by 한배곧
커트 보니컷 - 구덩이 속의 남자(Man in a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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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흔히 '가능성의 예술'이라 불리지만,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철저한 '스토리텔링 비즈니스'다. 대중은 건조한 수치보다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의 서사에 열광한다.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컷은 가장 잘 팔리는 소설 플롯 중 하나로 '구덩이 속의 남자(Man in a hole)'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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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던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곤경(구덩이)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고군분투 끝에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내 추락하기 전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한다. 독자는 이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깊이 이입하며 그가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기를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이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을 때, 독자는 자신의 응원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트럼프의 마지막 무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국 대통령은 중임이 가능하여 총 8년까지 재직할 수 있다. 이번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에게 남은 시간은 4년,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임기다.


2025년 기준 트럼프 가문의 자산은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에게 부는 더 이상 야욕의 대상이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바로 '명예'다.


먼 훗날 역사책에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 그것이 트럼프가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유일한 업적일 것이다.


내가 만약 트럼프라면, 미국인들의 뇌리에 영원히 각인될 서사를 위해 어떤 시나리오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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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질문을 던졌을 때 떠오른 답이 바로 '구덩이 속의 남자'였다. 초반에는 일부러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극적으로 비상하며 대중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플롯 말이다.


1막: 의도된 추락, 구덩이를 파라 (202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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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구덩이에 빠지기 위해서는 갈등과 위기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조치를 통해 전 세계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중간 선거는 야당에게 참패했고, 전례 없던 최장 기간 연방 정부 셧다운 기록을 갱신했으며, 미국의 포문은 베네수엘라를 겨냥 중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며 36%까지 떨어졌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 임기 2년 차는 '중간선거의 무덤'이라 불린다. 집권 여당의 패배는 징크스이자, 트럼프의 극적인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바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패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공무원 감축과 보조금 폐지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 위축과 실업률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시장에는 비관론과 공포가 난무해야 한다. 그래야만 트럼프는 가장 깊은 구덩이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인 우리는 이 과정이 철저히 계산된 고통임을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는 2026년의 경제적 난관을 "지난 정권의 실책을 수습하는 과정" 혹은 "기득권(Deep State)과의 전쟁에서 오는 일시적 진통"으로 포장할 것이다. 구덩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빠져나올 때 대중이 느끼는 환희는 크기 마련이다.


2막: 화폐의 타락과 부채의 마법 (경제적 도구)

구덩이에서 탈출하기 위해 트럼프가 손에 쥘 핵심 도구는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이다. 대중의 상식과 달리, 많은 국가 지도자는 강한 화폐보다 '약한 화폐'를, 물가 안정보다는 '적당한 인플레이션'을 은밀하게 선호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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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출 경쟁력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살아야 한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야 미국산 제품이 해외에서 잘 팔리고, 러스트 벨트의 공장이 돌아간다. 트럼프에게 물가 상승보다 두려운 건 지지자들의 실업이다.



둘째, 부채 탕감의 마법이다.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다. 증세 없이 빚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과거에 빌린 빚의 실질 가치도 함께 줄어든다. 이는 국민의 저항 없는 '보이지 않는 세금(Inflation Tax)'과 같다.



셋째, 자산 효과(Wealth Effect)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그 유동성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간다. 월급은 그대로라도 주식과 집값이 오르면 유권자는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착각한다. 이는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경기가 좋아 보이는 착시를 만든다. 실제로 트럼프는 계속해서, 연준(Fed)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고, 때로는 책임을 연준 의장(파월)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3막: 화려한 부활과 피크엔드 (2027~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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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라마는 클라이맥스를 향한다. 인간의 기억은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을 따른다. 과정이 아무리 힘들었어도 마지막 순간이 좋으면 그 경험 전체를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2026년까지 파놓은 구덩이에서 트럼프는 2027년부터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바닥을 쳤던 경제 지표는 기저 효과 덕분에 급등할 것이며, 트럼프는 이를 "내가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며 자신의 공으로 돌릴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카드는 '타협'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벌였던 무역 분쟁을 서서히 완화하며 "역대급 협상 타결"을 연출할 것이다. 관세를 일부 깎아주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환호하고,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를 타고 주가는 랠리를 이어갈 것이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까지 더해지면 시장은 유동성 파티를 벌이게 된다.


동시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이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의 이름은 역사에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알고있다. 그가 얼마나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 위원회로 부터 그의 이름이 불리기를 원하는지를...


결국 2028년 대선 직전,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취임 초의 혼란'이 아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위대한 리더",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이미지일 것이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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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고, 대통령의 임기는 4년짜리 리얼리티 쇼다. 내가 트럼프라면 밋밋한 다큐멘터리보다 자극적이고 위대함이 강조되는 성공 스토리를 찍을 것이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투자자인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2026년, 깊은 '구덩이' 속에서 시장에 공포가 팽배하고 모두가 주식을 던질 때가 기회다. 그 하락은 시스템의 붕괴가 아니라, 다음 상승장을 위한 무대 장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경제를 설계하고, 현명한 투자자는 그 설계도를 미리 읽는다. 다가올 변동성은 위기가 아니다. 트럼프가 감독하고 시장이 주연을 맡은 거대한 반전 드라마의 서막일 뿐이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자. 트럼프의 야욕을 믿자, 그는 정치인 이전에 손해 보는 것을 죽는것보다 싫어하는 비지니스 맨임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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