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의 적당한 훈수가 끝나고 곧이어 수업 시작하기 전 반장이 앞으로 나와 휴대폰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안 쓰는 휴대폰을 제출하거나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쉽게 채워지지 않는 휴대폰 가방이었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매일 같이 착실하게 휴대폰을 제출했다.
“야 진짜로 있데, 죽은 걸 살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진짜라니까?”
1교시 영어 시간이 끝나고 2교시 미술 시간이 되어 미술실로 향하는 도중 그새를 못 참고 종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강령술’ 사실 종현이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가 들썩이는 인기 있는 주제이다. 처음엔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자신이 아끼던 애완동물이 죽어 슬퍼하는 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글의 작성자 자신도 소문 끝에 찾아낸 장소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소중한 강아지가 되살아났고, 너무 감사하다는 글이었다. 당연히 당시에는 헛소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이슈도 크게 되지 않는 특유의 어그로성 글로 끝날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특이한 주제를 찾아다니는 유명 유튜버가 우연히 그 글을 보고 자신이 한번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콘텐츠로 만들면서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해당 콘텐츠를 진행하였고 온갖 어그로 썸내일을 갖다 대며 만들어낸 영상들은 결국 실체가 하나도 없는 거짓이었고 사람들은 끝내 조회수를 위해 별짓을 다 한다고 욕먹는 콘텐츠가 되며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잊혀 가는 실정이었다. 그랬던 이야기가 요즘 들어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해당 유튜버가 이번엔 진짜 찾았다며 자신이 오래 키우던 페르시안 고양이시체를 담아와 살려보겠다고 영상을 찍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엄청난 욕을 먹었고 그 이후로 영상은 더 이상 업로드되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1주일에 한 개 정도는 업로드되던 계정이었는데 한 달 가까이 업로드가 안 되고 있으니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하도 욕을 들어서 사과도 없이 잠적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만은 아니 우리 학교만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그 이유는 영상에서 나온 죽어있던 페르시아고양이를 직접 목격했다고 말하는 학생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고양이를 말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믿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음흉한 소문이 퍼지는 것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학교에서는 태백산 어딘가에 진짜 죽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직접 확인해 보겠다며 찾아가는 아이들 또한 조금씩 생겨났다.
종현이가 어제 보내준 영상이 그런 아이들 중 하나가 찍어서 올린 유튜브 영상이었다.
“우리도 한번 가보자 3반에 민준이랑 애들이 찍은 영상 보니까 유일사 방향의 등산길 갔던데 우리가 먼저 찾아서 진실을 밝혀 보는 거야 어때?”
종현이는 기대가 가득 찬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지만 나와 형오는 가볍게 무시한 채 미술실로 향했다. 종현이는 우리의 무시가 익숙하다는 듯 조잘거리며 함께했다.
“오늘까지는 제출해야 한다. 마무리 작업하고, 만약 이번 시간에 다 못 끝낼 것 같으면 점심시간에 미술실 문 열어 둘 테니까 마무리하고 싶은 학생들 있으면 그때까진 마무리하고 알겠지?”
미술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이 만들던 작품을 하나씩 가져와 수정하기 시작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미술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수행평가로 내준 개인 작품 만들기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지만, 나는 이 수행평가가 꽤 마음에 들었다. 어린 시절에 아빠 작업장에서 이것저것 쓰레기와 고철들을 가지고 만들며 놀았던 기억 때문인지 이런 쪽에 손재주가 좋았다. 나는 찰흙, 나사, 경첩 등의 재료를 이용해 사람 인형을 만들고 있었고 꽤 수준급으로 각 관절과 마디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작업은 마무리 채색만 남겨놓고 있었는데 꽤나 현실감 있게 색을 입혀 얼핏 정말 작은 인간 하나를 만들고 있는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너는 나중에 디자인하면 되겠다, 아니면 장인 느낌으로 기술을 배워라.”
옆에서 조그마한 오리를 만들어 놓고 펭귄이라고 우기며 채색 중이던 형오가 내가 만들고 있는 걸 힐끗 보면서 얘기했다.
“뭔 이 정도로 디자인을 하냐 그럼 개나 소나 다 디자인하게? 그리고 무슨 기술이야 공부해서 대학 가야지! 그래야 이 촌구석 벗어나 서울에서 멋지게 일하면서 돈을 벌지!”
나는 마지막 오른쪽 손목 부분의 채색을 하며 대꾸했다.
“계속 대학 갈 거라고만 하지 말고 뭐 꿈이 있어? 무슨 학과 생각하고 있는데?”
이상한 괴생명체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제출하고 온 종현이가 나와 형오의 대화를 듣고 물어봤다.
“넌 진짜 저 이상한 걸 작품이라고 제출한 거냐?”
“김형오 넌 이해하지 못하는 심오한 세계가 있는 거란다. 아마 미술 선생님께서는 나의 예술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실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이상한 오리인지 펭귄인지나 빨리 만들어”
종현이와 형오가 서로의 작품을 헐뜯고 싸우고 있었다.
‘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