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선릉에 가게를 열었다. 혼자 술 마시는 바. 이른바 혼술바다.
그는 나와 꽤 친한 친구다. 딱히 할 말이 없어도 가끔 통화할 수 있는 그런 사이다. 그의 새로운 시작을 물론 응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생경하다. 자영업이라는 세계. 나는 회사원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다른 회사와 협업하는 일이 잦지만. 결국 모든 건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 나의 삶은 맑은 버섯전골 같다. 밍밍하지만 속이 편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의 세계는 다르다. 내가 퇴근할 때쯤 그는 일을 시작한다. 어떤 손님이 올지 알 수 없다. 그날의 매출도 알 수 없다. 매일매일이 예측 불가능한 파도 같을 것이다.
나는 소설가를 꿈꾼다. 그래서 요즘 그의 입장에서 글을 적어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되어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일. 꽤 재미있는 작업이다. 마치 내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그가 되어 늦은 밤 바에 홀로 앉아 있는 기분을 상상한다. 혼자 온 손님에게 어떤 술을 권해야 할까. 피나콜라다 혹은 갓파더. 나는 그의 피곤함과 불안함. 그리고 작은 기쁨들을 최대한 사실대로 적으려 노력한다.
혹시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다면. 선릉에 있는 내 친구의 가게를 추천한다. 그는 아마도 당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줄 것이다. 어쩌면 아무 말도 걸지 않고 그냥 술만 내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직장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라. 사실 그쪽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