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와 일하는 날이었다.
오후 두 시. 회의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형광등 불빛 아래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회사 소속이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잠시 모인 외인부대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한다.
한 남자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그래프와 숫자들이 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은 텅 비어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고 논리도 없었다. 나는 그냥 창밖을 보았다. 뿌연 하늘이 보였다. 저 하늘처럼 막막한 기분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종류는 명확하다. 예의 없는 사람. 그리고 일을 못하는 사람. 둘 다 싫다. 하지만 굳이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더 싫다.
예의 없는 사람은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의 무례함은 그의 인격 문제다. 나의 영역이 아니다. 나는 내 앞에 투명한 방어막을 치고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마음속으로 팍스 자포니카 그루브의 음악을 재생한다. 그러면 괜찮아진다. 그의 날카로운 말들은 나의 방어막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진다.
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의 무능함은 나의 영역을 침범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야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주말에 나와야 할 수도 있다. 나의 질서 정연한 세계에 균열이 생긴다. 퇴근 후 마시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한 잔의 즐거움을 방해한다. 주말 아침 토스터기에 구운 식빵과 따뜻한 홍차의 평화를 깨뜨린다.
그의 무능함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같다. 프로젝트 전체를 병들게 한다. 명확했던 목표가 흐릿해지고 간단했던 과정이 복잡해진다. 모두가 그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것은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일이다. 나는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내가 그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 내 부하 직원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그에게 일을 가르칠 수도 없고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냥 지켜봐야 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수습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일이다. 월급에는 그런 것에 대한 수고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났다.
네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따뜻한 두유 라떼를 한 잔 마셨다.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건 나의 방식이다. 차가워진 속을 데우는 나만의 의식.
나는 김영하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인물들은 대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발버둥 치지만 결국 거대한 흐름에 휩쓸린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건지도 모른다.
일을 못하는 동료를 만나는 것. 그것은 내가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 것이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은 온다. 그런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내가 맡은 부분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막는다. 그의 영역에서 넘어온 문제들을 해결한다. 기계처럼. 감정 없이.
퇴근 시간이 되었다.
나는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섰다.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 가서 닭한마리 칼국수를 먹을까. 아니면 그냥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변수가 숨어 있겠지. 괜찮다. 나에게는 나의 세계가 있으니까.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