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우리의 결

by 이재훈

나무를 쭉 둘러보니,

애기동백낭이 참으로 많구나.


애기동백으로 반 리를 잇는 동백길을 만들어 보리라.


애기동백은 스무 척에서 삽십척까지 자라는 상록 활엽수다.

겨울철 일찍이 꽃을 피워, 개화기간이 참으로 길고 아름답다.


이식(移植)을 위해 굴삭기로 분을 파내고,

삽으로 분을 다듬으며 밖으로 나온 뿌리를 잘라낸다.


이렇게 새 자리에 옮겨 심으는 순간,

나무는 뿌리의 절반 이상을 잃는다.


그러나 그 잃음이 있어야 새로운 흙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무를 새로이 옮겨 심어 줄을 세워보니,

그 모습이 참으로 곱다.


처음 나무를 옮겨 심은 자리에는

물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물턱을 만들어준다.


첫 관수를 할 때가 가장 중요하다.

시작이 반 이니라.


기다란 쇠 파이프를 호스에 달아

분 속 가장 깊은 곳에 꽂고 관수를 시작한다.


분 속에 공기층이 남아 있으면 뿌리가 썩기 때문에,

파이프로 흙을 휘저어 공기를 빼낸다.


안에 흙이 모자라면

더 채워 넣으면서까지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


나무를 이식하는 과정은

정말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이 과정은

작은 일에도 끝내 정성을 담는 일이다.


뿌리를 잃고서도,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살아간다.


이식을 마치고 나면


분이 바람에 움직이지 않도록

지주목(支柱木)을 설치해야 한다.


지주목을 세울 때에도

나무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게 조심한다.


지주목과 닿는 부분에는

녹화마대를 덧대어 설치한다.


비로소, 식물은

아끼고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무를 옮겨 심고 나면,

땅은 아직 텅 빈 듯하다.


나무의 줄기가 서 있어도,

그 곁을 지탱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정원 내에 돌들을 모아보니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자연석이 수천 개에 이른다.


나무들이 선 길 앞에

돌담을 쌓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큰 돌들을 기초로 바닥에 수놓는다.

힘이 들어도, 가장 크고 무거운 돌들로 기초를 단단히 해야

위에 쌓을 돌을 지탱할 수 있다.


기초 위에 다시 담을 쌓을 때에도

서로의 틈이 맞닿아 고정될 때까지 천천히 올려본다.


돌은 크고 작음이 모두 다르지만,

서로의 모양을 맞추면 놀랍게도 제자리를 찾는다.


이렇게 견고하게 쌓은 담은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돌과 같은 그 결이 있다.


결이 맞을 때는

아무 말이 없어도 단단히 이어지고,


결이 어긋나면

작은 틈에서도 금이 간다.


결국 오래 버티는 관계는,

서로의 결을 다치지 않게

어루만지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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