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제는 조카들과 여동생이랑 만났고 명절 당일은 포천 요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랑 삼촌을 만나러 갔다. 아빠, 나, 여동생, 고모, 고모부
고모는 아이가 없고 삼촌은 결혼을 안 했다.
그래서 손주와 조카는 나와 여동생 둘 뿐이다.
다 멀리 떨어져서 살고
각자의 자리에서 바빠서
한날한시에 모이는 거 조차 쉽지 않다.
명절이 그나마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날이다.
포천 요양원에 계시는 삼촌과 할아버지를
오랜만에 봤더니 그 사이 많이 늙으셨다.
삼촌은 뇌출혈 후유증이 많이 돌아왔다. 반신마비는 돌아오지 않지만 의사소통은 예전처럼 잘하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농담을 좋아하셨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벌써 6년이나 흘렀고 고모와 고모부도 여전하셨다.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은 만큼 어른들도 나이 드시는 걸 실감하니 세월이 실감 난다.
이번 연휴에는 88세 할아버지의 연애 스토리를 들었다. 할아버지가 총각 때 이야기인데 벌써 60년도 더 지난 일을 기억하시는 거 보면 몽글몽글했던 기억은 정말 평생 가나보다. 요즘은 치매증상이 있으셔서 전화를 여러 번 하시거나 했던 말을 도돌이표처럼 다시 하신다. 그래서 할아버지 총각 때의 썸 이야기를 듣다가 자꾸 달세뇨(D.S.)와 다카포(D.C.)가 나왔다. 결국 Fine는 나오지 않고 무한 반복ㅎㅎ 어떻게 보면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우리 모두 웃음이 터졌다. 대체 할머니는 언제 만났냐고 물어봤지만 결국 할머니 만난 썰은 듣지도 못한 채 할머니를 만날 수 있게 중매해 주신 할머니의 삼촌들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그 덕에 결혼했다 까지만 들었다는 웃픈 이야기. 다음에 꼭 얘기해 달라고 하고 집으로 왔다.
모든 희로애락이 각자의 삶에 묻어있는 이런 날들이 좋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들이 허락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더 많이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은 유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