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시간
2010년도 추석 다음날이 엄마 기일
오랜만에 외가 식구들을 만났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외가 식구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졌고 한 번씩 안부 전화 하는 게 전부.
외할머니 요양병원 면회도 다녀오고 거의 15년 만에 외삼촌과 사촌동생도 만났다.
외삼촌은 내 두 손을 꼭 붙잡고
"너희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 너무 닮았어." 라며 빤히 쳐다봤다.
"삼촌~ 그 피가 어디 가겠어~"라며 웃었다.
외삼촌의 기억 속에도 엄마가 선명하게 남아있나 보다.
세월이 참 빠르다.
희미해지는 기억들 속에서도 7살 꼬마였던 내가
일산에 있는 어느 육교를 엄마 손 잡고
수영장 가던 장면은 여전히 선명하다.
아들 같은 딸이었던 터라 무뚝뚝했다.
그래서일까 감사함과 미안함
사랑한다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후회
15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을 낳았고 이혼을 했다.
혼자 일하며 아이 둘을 키우고 있고
이제는 "엄마"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고 산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꼭 살고 싶었던 내일일 수 있다.
내일이 당연히 올 거라 생각하지만
당장 1시간 뒤의 일도 알지 못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표현하길 바란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그리고 자주 전화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어른들의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후회하면 이미 때는 늦었더라.
무한할 것 같지만 유한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