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3.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지식과 지혜 쌓기, 공부

by 배용현

3.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지식과 지혜 쌓기, 공부


나는 수학을 정말 싫어했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교과서나 문제집은 늘 방정식 단원에 멈추어 있었고 미분, 적분으로 넘어가면 마치 새책처럼 깨끗하기 일쑤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방정식이나 미적분을 배워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냐는 것이었다. 솔직히 인문계 출신으로 인문학을 전공하고 인문사회 계열의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현재까지도 수학이 논리적인 사고력과 과학적 통찰력을 키워 준다는 말은 여전히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수학이 모든 자연과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고 인류의 문명과 눈부신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원천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도 풍족하게 해주는 각종 기술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정도는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대체 이걸 배워서 뭐 하나 싶은 이런 학문과 지식이 있기에 우리는 비로소 동물로서 생존하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기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공부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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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정말 힘들고 지겨운 것이 사실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많게는 학부와 대학원의 석박사까지의 과정을 마치면 최소 20년을 넘게 학교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게다가 번듯한 직장을 얻거나 공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서도 학점 관리에 힘써야 하고 심지어 취업이나 임용 이후에도 승진을 위해 각종 자격증과 외국어까지 하기 싫은 공부를 맹목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현재의 너희 삶이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구조에 매몰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자신만을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하기 바란다. 다만 그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너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통찰 위에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조망하고 대비하는 공부여야 한다.


신용복 선생은 『담론』에서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장은 우리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가장 간명하게 정의한 것으로 난해하고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매우 현실적이고 정확한 정의가 아닌가 싶다.

당장은 너희가 동의하지 힘들겠지만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지긋지긋한 과목들도 결국은 인간의 삶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신윤복 선생이 정의한 '공부'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러한 인식을 키워야 하는지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식이란 '사물이나 현상 또는 어떠한 실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한 '인지'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인간과 세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은 곧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기본 조건이므로 신용복 선생은 인간다움의 탐구를 공부의 핵심으로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인류의 두뇌가 발달하고 지성이 발아한 이후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해 끊임 없이 사색에 몰두하며, 공부에 전념해 왔다. 그 결과로 철학이나 사상이 태동하였고 이를 기초로 법률과 제도 그리고 정치와 경제 등이 뿌리내리게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공부는 인간다움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도구이자 우리 선현들이 오랜세월 동안 탐구해 온 인간다움의 진실을 따라가는 여정이며,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우리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통찰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쉽고 단순하게 풀어보면 결국 공부는 비단 심오한 이론이나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이나 너희들의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깊은 생각하는 것 또한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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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부는 다분히 목표지향적이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공부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성적이나 취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과서나 교재를 암기하다시피하고 강의를 열심히 경청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공부가 어렵고 따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처럼 따분한 공부를 통해서도 너희는 평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 지식과 삶을 풍성하고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럼으로 어차피 소중한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 시간을 보다 값지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부를 하거라. 그 목표를 위해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며.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이 공부하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이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왜 그러한 현상과 문제가 발생하는지 의문을 갖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뉴턴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금자탑은 작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이런 지적 호기심과 사고력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으로써 제 아무리 AI가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니 미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반드시 잘 키워가기 바란다.


끝으로 단순한 독서나 암기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공부를 해야한다. 『논어』위정편에는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이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으로 공부에 임하는 자세와 방법을 논하며, 학문의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너희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키우면 그것이 곧 공부의 시작이 될 것이며,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깊은 생각은 공부를 더욱 쉽고 깊이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여기에 독서와 좋은 소승의 가르침이 더해지면 진정한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너희들의 지적 수준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이 세상을 보다 재미있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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