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4. 어른이 된다는 것

by 배용현

4-1 스스로 서기


모든 생명체는 이 세상에 나고 자라면서 성체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성체는 번식이 가능한 시기를 의미하지만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인간은 단순한 성체로의 탈피(脫皮)가 아닌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인격적, 심리적 성장 수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어른’으로 대우받게 된다.

물론 『민법』 제4조(성년)에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나이를 법률로 정한 것이지 19세를 넘겨 성년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처럼 인간의 어른 됨은 단순히 일정한 나이가 이르렀거나 신체적 조건을 갖춘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분히 사회적이면서도 관념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이 아비는 아직도 ‘내가 어른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 마음은 여전히 중고등학교 시절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고 철이 들지 않았다고 여겨질 때가 많다. 다만 거울 속에서 비친 얼굴에서 한층 깊게 파인 주름과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먼....’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오히려 20살을 갓 넘기고 40대까지 나 스스로 어른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던 것이 후회되고 ‘나는 다 큰 어른’이라는 자만을 버리고 겸손해지려 애썼던 과정을 통해 더욱 성숙해진 것 같다. 그래서 50살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 또는 ‘어른답다’는 말은 누군가 제삼자의 평가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다분히 주관적이면서도 사회성이 짙은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어른이 되려면 나이뿐만 아니라 도덕적, 사회관습적으로 인정되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경우에 따라 과도하게 이상적이거나 엄격한 잣대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인 의식과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덕목들이다. 하지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과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여서 이러한 덕목을 제대로 갖추고 실천하느냐가 진정한 어른인지 아닌지를 분간하는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이 아비가 생각할 때 어른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주체성’ 내지는 ‘독립심’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성은 본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줄 아는 능력으로 외부로부터의 독립 상태를 의미하며, 반드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따른다. 매사에 의존적이고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Image by Kurt Bouda from Pixabay

한때 마마보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작은 부분까지 엄마에게 의존하는 남자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용어로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보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캥거루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스스로 서지 못하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합리적인 결정이나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조언을 구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의사나 의지가 결여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방기 하기 쉽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정신적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표현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정할 줄 모르고 부모님이나 상사에게 의존하고 무조건 순종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리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

게다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미루면서도 그 성과는 본인이 독차지하기를 바라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혼자만 주목받기를 원하는 등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이들은 매사에 무책임하고 신중함을 가장한 무사안일로 일관하기 마련이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거나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주체적이지 못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으며, 결국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주체성을 갖춘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의 좋은 평판과 인정으로 빛이 나며, 동료와 상사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기 때문에 한 발 앞서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주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식과 역량이 필요하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펼치는 주장은 아집이나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여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그러한 결정이나 판단은 그릇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이는 돈 한 푼 없는 백수가 독립해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늘 바른길을 지향해야 한다.


너희의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마트의 수많은 상품 중에서 과자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전공 선택이나, 직업, 직장, 결혼 등 우리의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너희 미래는 그 결과에 따라 전진하기도 후퇴하거나 종횡하기도 할 것이기이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이 될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 앞에 놓였을 때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깊이 숙고하되 결정을 과감하게 하거라. 그런 중차대한 순간에 너희가 쌓은 지식과 경험이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이며, 지혜를 발산하는 등대가 될 것이다.


너희는 혹시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주저하거나 좌절하지 말아라. 이 모든 과정은 너희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어 주는 담금질임을 잊지 말고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거라. 아울러, 실수를 줄이고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구, 선배나 상사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니 항상 열린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늘 격이 없이 지내려 노력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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