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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준 Dec 28. 2018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와
포모(FOMO) 증후군

시민투 연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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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문화 분야에 저명한 저술가인 Nicholas G. Carr [1]는 인터넷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뿐만 아니라 뇌구조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구글과 같은 인터넷의 사용은 우리 뇌가 주의를 기울이는 사고

(attentive thinking)나 깊은 사색보다는 피상적인 사고와 단기적인 학습을 더 잘하게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습관이 뉴런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견은 '뇌의 가소성’을 발견한 신경과학의 좋은 연구 주제가 될 것 같다.


나는 매일 여러 번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접속한다. 최근에는 운동 중에 좋은 유튜브 강연을 찾아 듣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틈만 나면,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소셜미디어 아이콘을 클릭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는 중독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최후 방어선으로 침대 공간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좋은 이유로 소셜미디어의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다. 그중에서도 첫째는 정보 접근성이다. 종이 신문이나 TV를 통해 뉴스를 본 것은 오래된 추억이 되었다. 네이버 뉴스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밀려 버렸다. 적어도 내게는 이미 그렇다.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효과가 뉴스에도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이다. 


정보의 공유나 의사소통은 소셜미디어의 한 가지 기능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미션으로 얘기하듯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 그 자체의 힘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연결되기를 원하는 존재적 속성이 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연결이라는 근원적인 에너지에 힘입어 부각되는 심리 작용이 있다. 의사표현과 정보 공유의 뒷공간에서 살아나는 노출증과 관음증이라는 심리이다. 이런 병리적 진단에 손사래 칠 것은 없다. 사람의 행동은 무의식과 성적 충동(리비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프로이트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업데이트된 인간의 본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심리학의 발전은 자아라는 단한한 실체 내면에 차마 들여다볼 수 없었던 심연을 보게 했다. 성적 욕망은 삶의 엄청난 긍정적인 에너지원이나, 충동적이고 왜곡될 경우에는 자신과 남의 인생을 무참히 파괴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넘어가자.


소셜미디어와 연계되는 또 하나의 심리현상은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이것은 자신만이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다. 이것은 친구들이 경험하는, 더 흥미 있어 보이는 어떤 일(기회)을 놓치고 있다고 느끼는 불안함이다. 원래는 마케팅 전략으로 생겨난 것인데, 홈쇼핑 쇼호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요즘 이런 것은 하나씩 다 가지고 다닌다’라는 식으로 세일즈 하는 것은 이러한 포모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FOMO와 관련하여 캐나다 Carleton 대학과 McGill 대학의 연구자들이 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2].

이들은 대학 신입생들에게 저녁마다 일기를 쓰게 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그들이 느끼는 FOMO는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지 알고자 했다.


Business Insider [3]가 정리한 이 연구의 결과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FOMO는 하루 중의 후반, 일주일 중의 후반부에 가장 높이 측정되었다. 또한, 열심히 공부하고 “의무적인 과업(obligatory tasks)”을 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FOMO를 느꼈다.

놀랍게도, 신경증이나 외향성 같은 기질은 FOMO의 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피로, 스트레스 또는 수면장애 등과 관련이 있었다

소셜미디어와 FOMO 와의 연관성에서는, 친구의 하는 일을 직접 듣는 것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듣는 것, 즉 경로의 선택은 FOMO의 양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친구의 하는 일을 더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 경우 FOMO에 노출될 가능성은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또,  FOMO 에도 젠더 갭이 있다고 밝힌 J. Walter Thompson Intelligence의 연구도 흥미롭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50%  더 많은 확률로 FOMO를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FOMO 감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그것은 FOMO가 지나치게 되면,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부러움을 자극하고, 나아가 열등감이나 자아 인식이나 목적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그리고, 오히려 자산의 사회적 외로움은 더해진다. 사회적 연결이라는 필요에서 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포모 증후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이는 오히려 사회적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 활동은 벤처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나의 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매일 엄청난 규모의 투자 뉴스가 타임라인에 올라온다. 진정성 넘치고 유용한 정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엿보고 시기하고 경쟁과 불안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 펀드의 수익은 한두 개의 대박 성공에 의해 결정된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성격의 비즈니스이다. 그래서, 유니콘 편향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낌새가 보이는 곳에는 너도나도 달려든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mission out)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실리콘밸리(지리적인 명칭이 아니라 혁신 벤처들의 클러스터)를 둘러싼 투자 생태계에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이 미션을 가진 벤처를 찾아 투자하는 나에게 엄습해 올 때 나는 어떻게 가치를 지향하는 투자 원칙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투자는 투자받은 회사를 돋보이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처음부터 섹시한 (소위 뜨는) 섹터를 선호한다. 재무적 수익이라는 단일 잣대와 Fear of Missing Out 사이에 투자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생각할 여유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게 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션을 가진 벤처는 고귀할지는 몰라도 성적 본능을 자극하는 상업적 매력을 갖기 힘들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관심을 두는 한 영역은 장애/재활 분야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동성 향상을 위한 휠체어 전동 키트를 만드는 <토도웍스>, 자폐, 경력단절 여성, 사회 취약 계층의 청년 등으로 직원의 반을 가져가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회사인 <테스트웍스>,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을 실시간 문자로 변환해주는 <소보로> 등을 이번 펀드에서 담았다.  


토도웍스


나의 투자는 미션을 추구하는 벤처가 성공(섹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거울 앞에 모양이 잡혀가는 본인의 몸을 확인하는 것이 한번 더 운동하게 만드는 것처럼, 소셜벤처들이 성장하며 몸이 단단하게 잡혀가는 모습에서 충분히 더 많은 매력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단지 사회적 의미를 넘어 사람들의 무의식, 성적 욕망, 재무 수익에 대한 욕망을 자극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말이다. 


소보로


테스트웍스

4년 전 뇌졸중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초기 제품을 만들고 있던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를 만나 투자에 참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재활이라는 분야는 투자업계에 전혀 섹시한 분야가 아니었다. 그 보다 더 큰 투자기회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회사는 CES 등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으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AI 재활이라는 섹시한 태그를 달고 <네오펙트>는 한 달 전 (정확히는 11월 28일)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렇게 뚜렷한 미션을 가진 기업들이 성공하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한다. 


네오펙트

아직은 벤처 투자 업계의 변방에 있으면서 주류 투자 흐름에 대하여 가끔 포모 증후군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 뭐, 좀 뒤처져도 괜찮아' 하고 방어선을 칠 내공은 생기는 듯 하다. 나는 ‘나의 투자’를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좋은 투자로 소셜벤처로 성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노출하겠다. 조그만 구멍으로 자신을 즐겁게 하던 사람(투자자)들이 이제는 그 구멍으로 더 크고 거룩한 목적을 볼 수 있도록. 오히려 미션을 가진 기업가의 성공에 투자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포모 증후군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투자 방정식을 찾아보겠다.



[1] 그의 책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는 2011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 2018년 3월, Motivation and Emotion 저널에 발표되었다.

[3] https://www.businessinsider.com/why-we-experience-fear-of-missing-out-20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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