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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11월 후기

by 연어코

나의 2025년 8~11월이 어땠는지 기록해본다. 알게 모르게 많이 배웠고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왔었다. 사실 그것도 멀리서보면 작은 변화겠지만 말이다.


가장 자유로운 시기

나는 작년 목표가 실사용자 50명이었다. 그걸 올해 목표로 밀고왔다. 왜냐면 달성 못했지만 꼭 이뤄보고 싶었다. 그러한 열망은 2023년 말부터 이어져 왔다. 그 당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IT 대외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6개월 동안 사용자 한 명을 만나보지 못하고 끝난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다 2024년에 창업동아리에 들어가서 그 꿈을 실현해보고자 했지만 동기부여 부족으로 팀이 해체되었다. 곧이어 학업에 집중해야 했고 취준과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극도로 바쁜 시기를 보냈다. 순식간에 2025년이 왔고 경험 삼아 대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인턴을 했다. 그러다 지금이 된 것이다. 졸업한 백수로서 하루를 온전히 내가 하고싶은 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 건 올해 8월부터였다. “자유로운 백수” 초, 중, 고,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가장 꿈꿔왔던 순간이 온 것이었다.


꿈은 크게, 목표는 높게, 실행은 작게

그런데 왜 여전히 할 일이 많게 느껴질까? 주어진 기한이 있는 작업이 아니라면 할 일이 없지 않냐 싶은데, 할 일은 만드는 것이다. 기한도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방향성에 맞는 도전적인 목표를 잡고 해내려고 시도하고 습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인생은 장기전이다. 달렸으면 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래야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목표는 미끼다. 목표는 실현가능하면서 많이 어려울 정도로 최대한 높게 잡아서 나무에 매달아둬야 한다. 그러고선 달리다가 쉬기도 한다. 그러다 근육이 발달한다. 바로 보이진 않지만 조금씩 말이다. “꾸준함”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책임으로 묶인 날들

갓생 그런 거 없다.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책임으로 살고 있다. 갓생이나 바이브코딩은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그렇다. 내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여러 번 했다. 겪어보고 싶던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11월에 앱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실사용자 16명 유치했다. 목표에 못 미치는 숫자다. 그런데 사용자 행동을 트래킹하고 매일 지표를 확인하는 게 즐겁다. 사실은 목표보다도 목표로 가는 과정을 겪어보고 싶던 것이었다.


서비스를 보는 관점의 변화

실사용자란 지인 아니고 핵심기능을 사용한 사람을 말한다. 이게 첫 번째 스텝이고 그다음 리텐션을 개선해볼 거다. 물론 리텐션 기본장착된 서비스를 기획할 거다. 그걸 실패하며 배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음이 좀 예상된다. 어렵게 어렵게 리텐션이 생겼지만 돈이 안 벌릴 것 같다. 유치 → 리텐션 → 돈인데, 그래서 요즘엔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를 보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만들기 전부터 고객 의견을 받아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초기 서비스를 기획할 때 이전에는 만들고 나서 홍보했다면 이제는 니즈가 파악되기 전에는 개발에 안 들어가려고 한다. 만들기 전에 한번 더 자문한다. “이걸 정말 쓸까?” 그리고 안 하던 인스타그램을 열어서 DM을 보내 짧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생각을 하게 되고 근본 문제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러고선 개발을 안 하기로 결정한다. 이전이라면 무작정 개발한 후에 홍보하고서 왜 안 쓰지 했을 아이디어를 말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큰 변화라고 하자면 AI Agent다. 함께라면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생산성은 증가한다. 할 일은 무한 생성되고 코드는 무한 증식된다. 하나하나 구글링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적용까지 해준다. 물론 대신 해준다고 제대로 안 보고 넘어가면 나중에 발목잡히겠지만 말이다. 창고에 갇혀뒀던 아이디어를 하나씩 꺼내서 빠르게 검증해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에러를 구글링하며 디버깅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특히 2024년 말에 캡스톤디자인, 해커톤 프로젝트를 밤새 힘겹게 개발했었다. 이제는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많은 것을 고쳐준다. 이것도 어찌보면 혁신이겠지만 최근에 느낀 것은 이렇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문제라 여기는 것, 문제를 재정의하는 거다. 이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거다. 사소한 것도 불편하게 여겨보고 더 개선점을 찾으며 또다른 혁신을 만들어내는 거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실험을 돌리는 거다. 지구가 계속 도는 것처럼 말이다.


Be myself

컨셉 잡는 척을 했던 것이다. 다들 깊은 마음 속에 있지만 꺼내어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난 한없이 투명하고 싶다. 솔직해지고 싶다. 내가 했던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싶다. 그게 다른 사람에게 컨셉으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왜냐면 안그럼 나는 풀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세상에 지칠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본인의 모습을 가면이라 생각하고 걸어다닌다. 그것 또한 자신의 모습이며 깊은 속내의 발현임에도 세상이 그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따분함이 시작된다. 자기자신을 속이고 기만하게 된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아프냐 한다. 나는 머리가 아프다 한다. 그 말이 사실이 되기 위하여 난 진실로 머리가 아파야 한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나는 나의 삶의 방식을 선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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