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면의 사유, 나를 알아가는 시간

by 사유정원


어릴 때 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차분하게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나에겐 한 살 터울의 오빠가 있고, 오빠와 나는 성격이 정반대였다. 오빠는 조용하고 진득한 성격이었지만, 나는 궁금한 것이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은 밝은 수다쟁이였다. 감정도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라, 속상한 마음이 들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토라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정적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께 혼이 났다. 특히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매를 맞으면서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고집 센 아이였던 나는 오빠보다 두 배로 혼이 나곤 했다. 엄마는 아빠 기분에 맞춰 잘못했다고 말하고 일 키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늘 혼이 나는 걸 택했다. 그래서 좋든 싫든 ‘감정을 드러내는 건 나쁜 것,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감정을 맞춰주는 법을 배운 아이로 성장했다.


첫 연애를 돌아보면, 당시에 나는 싸우지 않고 장기간 무난하게 만났다고 생각했다. 지금 떠올려보면 속상하고 화나는 감정을 참고 넘기며 표면적으로만 다툰 적 없는 얕은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속으로는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도 부당한 것을 표현하거나 거절하거나 화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들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처음으로 내뱉어본 기억은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싸우면 그 순간에 풀어야 한다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나를 붙잡고 큰소리로 화를 내던 세 번째 연애. 정리되지 않은 속상한 감정을 눈물과 함께 터트리고 나서, 후회가 많이 남았다. 화났을 때 소리 지르며 감정을 쏟아낸 내 모습이 별로였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갔다. 싸움이나 의견 충돌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속에서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했다. 감정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순간, 표현 방식도 달라졌다. 단순히 폭발하는 대신, 말과 행동으로 다듬어 나타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감정을 차분하게 다루고, 올라오기 전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만큼 발전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세밀하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울거나 화내는 순간이 내 전체였지만, 지금은 감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 시선 덕분에 감정은 나를 흔드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알려주는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환기시키고 회복하는 나만의 루틴도 생겼다.


또한, 공감에 대한 나의 시선도 바뀌었다. 어린 시절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었지만, 이제는 같은 경험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 다름 속에서 상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진짜 공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다른 시선을 존중하면서도 진심을 나누는 경험은, 내 생각의 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느끼고, 때로는 혼자 깊이 빠져 사유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감정은 내 삶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임을 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나의 감정 여행은, 나 스스로를 더욱 잘 알게 하고 또 나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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