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아과 가기.

라는 큰 산을 넘은 후

by Mrs Singer

대학 때 유럽으로 한 달을 배낭여행을 갔다. 프라하에 가면 아파트 같은 곳이 현지 숙소로 저렴해서 거길 잡았는데, 방에 들어가 보니 형광등이 다 나간 것이었다. 그 주인이 왠지 외국 여행객이라고 속인 거 같아 너무 열이 받아서, 근처 공중전화를 찾아서, 숙소 주인에게 전화하여 막무가내로 따졌다. 근데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같은 숙소에 묵은 한국 대학생들 셋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주인 한태 한바탕 쏟아붓고 화가 누르러지고 나서야 알았다. 전화로 따지고 쏟아붓는 모든 걸 영어로 하고 있었기에. 그때까지 한 번도 영어권 나라에 나가 본 적이 없었지만, 난 항상 영어가 자신 있었고, 만만했고, 수능에서 영어를 하나 틀렸던가 했고. 대학교 과도 영어 많이 써야 하는 것과 연관된 곳으로 갔고.


그랬던 내가. 첫 아이를 낳고, 소아과에 가서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오금이 저리던지. 미국 소아과는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소아과에서 쓸 영어는 내가 한 번도 입밖에 뱉어본 적 없는 생소한 단어와 문장의 생활 영어인데, 여기서는 영어로 뭐라 말해야 하는지. 우리 아이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떨면서, 영어를 벅벅 대는 맘과 함께 소아과에 가면 차별을 받진 않을 런지. 별의별. 걱정이 주구 장창으로 들었다. 소아과 가기. 이 하나가 큰 산이었다.


일. 미국은 병원이 다 같은 병원이 아니다. 한국의 흔히 보이는 동네 소아과, 의사들이 모여서 진료 보는 병원들, 즉 한국에서 집 밖에 나가서 동네 보이는 “병원”이라고 쓰여 있는 거의 모든 병원들은 미국에서는 Doctor’s office라고 불린다. 그리고 대학병원, 삼성병원등 거의 모든 교차 진료가 가능한 종합 병원을 Hospital이라고 부른다. 미국 소아과는 보통 Doctor’s office이고, 여기 계시는 분들이 종합 병원 Hospital에 들어가서 수술도 하시기도 한다.


이. 어떤 병원이든 병원에 가려면 반드시 건강 보험 카드 (Insurance Card)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처음 가는 경우 만약을 대비해 Birth Certificate을 준비해 가면 좋다. 아이의 나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에서 어떤 예방 접종 Vaccine을 받았는지 리스트도 중요하다.


삼. 중요! 미국 도착하자마자. 반드시 반드시. 미리 소아과 Pediatrician's office를 정해서 예약하여 방문한다. 아이가 안 아플 때 가는 거다. 전화해서 우리 새 환자 (new patient)인데, 소아과에서 정기 검진(annual check-up)을 받으려 해.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 알려 주고, 날짜도 정해주는 데, 잘 보는 의사이면 예약 기간이 한 달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건 미국의 모든 병원이 비슷하다. 보통 처음으로 오는 환자들은 기록이 없으면, 접수 시간도 길고 예약 기간도 길다. 그리고, 감기라 너무 아파도, 예약 없이는 보통 받아주지 않고, 예약이 다음 날 오전 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누군가, 아이라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프면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전문 병원 (Pediatric Hospital)이 근처에 있다면, 거기 응급실로. 미국은 워낙 넓기에 소아과 전문 병원이 근처에 없다면 일반 병원(Hospital) 응급실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다니는 소아과에 문의해 봐도 된다.


사. 젤 적응 안 되었던 거. 미국 병원은 엄마인 나한테 다 물어본다. 한국 병원은 가면 의사 선생님이 다 알아서 치료하고 알아서 약 주시는데, 미국 병원은 세세한 아이 건강과, 상태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본다. 열은 얼마까지 올라갔어? 증상은 어땠어? 며칠 동안이나 그 증상이 유지되었어?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약종류가 있어? 처음에는 나한테 왜 이래. 싶었다. 알아서 치료해 주지. 안 그래도 애 아파서 나도 힘든데. 자꾸 물어보니 그냥도 말 잘 안 나올 텐데, 그걸 머릿속에서 영어로 번역해서 말을 내뱉기가 고역이었다. 그리고 진료하고 나서는, 아이가 왜 아픈지를 전문 용어(영어)로 차근차근 다 조목조목 설명을 해준다. 이제는 웬만한 소아과 용어는 다 알아듣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의 기본 증상을 기억해 두면 소아과 가서 도움이 된다. 흔한 감기 증상으로는 열(Fever) 은 몇 도였는지(물론 화씨 기준으로), 목 아픔(Sore throat), 기침(Cough) 등이 있으며,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확인해 본다. 또한, 미국 소아과에 방문하면 어떤 검사를 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나는 보통 감기처럼 보일 때 소아과에 가면 코로나, 독감, 편도염(COVID, flu, and strep throat), 이 세 가지 검사를 요청한다.


오. 보통 미국에서 소아과에 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다. 이때는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된다.


“My son has a fever, and we would like to see the doctor.”
(“아이에게 열이 있어서 의사 진료를 받고 싶어요.”)


그리고 소아과에 도착하면 접수처에서 이렇게 말하면 된다.

“We have an appointment at 11.”

(“우리 11시에 예약이 되어 있어요.”)

그러면 접수 직원이 이런저런 절차를 안내해 줄 것이다.


의사를 만나면 아이의 증상을 간단히 설명하면 된다. 예를 들어:

“He had a 101 fever, sore throat, and cough for two days. It’s getting worse. Would you also run flu, COVID, and strep tests?”
(“이틀 동안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기침을 했어요.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독감, 코로나, 그리고 편도선염 검사도 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정도 영어를 변형해서 사용하면 웬만한 소아과 방문은 무난하다.


미국에서 아기 낳은 첫 해에 안 그래도 불안한 마음인데, 타국에 있으니 어찌나 더 자잘한 걱정이 증폭되던지, 아기와 함께 매일 소아과 출근 도장을 찍었더니, 이년 차에는 오히려 소아과 가면 마음이 편해졌다. 이 새 생명이 도대체 왜 불편한 건지를 명확히 설명해 주니, 소아과만큼 용이한 곳이 없었다. 미국 소아과는 아기가 아플 때만 가는 곳이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부터, 관리가 시작돼서 아이 성장 전반을 관리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기 나자마자는 몇 주에 한 번씩 검진하러 가서 아기의 체중이 잘 증량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나중에는 애가 나이에 맞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지를 체크한다. 애들 어릴 때는 집에 불이 났을 시에 대비가 되어 있는지 까지 질문을 했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소아과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유아기에 주구 장창 걸리는 감기와 함께 나는 소아과 가는 산을 넘었다. 그리고. 넘고 보니, 여느 맘이라도 이 산을 다 넘게 되겠다는 확신도 생긴다. 무엇보다 우리는 어디에 떨어 트려 놓아도 우리 아이와 함께라면, 아이를 위해 뭐든 해 볼 엄마라는 신비한 존재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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