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는 한국 초등학교와 뭐가 다를까?
처음 미국에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내가 다녀본 적도, 속을 본 적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 내가 뭔가를 몰라서 중요한 걸 놓치게 되면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나도 어느새 학부모회(PTA, Parent Teacher Association)에서 펀드레이징을 하던 엄마에서, 미국 공립 초등학교 교실에서 영어 과목(English Language Arts)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토종 한국인인 내가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건 나 스스로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학부모와 선생님의 두 시각에서 미국 초등학교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나눈다.
한국처럼 정확한 시간에 ‘띵동~’ 하는 종이 울리는 장면은 미국 학교에서는 보기 어렵다. 종이 있긴 하지만, 각 반 스케줄이 워낙 다르고 이동 수업도 적기 때문에 종이 울려도 반마다 대응이 다르다. 대부분은 선생님의 구두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라, 한국에서 갓 온 부모나 아이 입장에서는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국에서는 40~50분 수업 후 10분 쉬는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시간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시간표라고 제시는 하지만, 실제 교실 안에서는 좀 모호 하다. 점심시간과 특수 과목등 이동해야 해서 시간이 정해진 경우를 빼면.
미국 초등학교의 주요 과목(Core Subjects, 주요 교과)은 보통 90분씩 운영된다.
영어 과목(English Language Arts, ELA)은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문법(Grammar)까지 포함된 블럭 수업이다.
수학(Math) 역시 90분 또는 60~90분 내외로 한 블럭을 이루기도 한다.
과학(Science), 사회(Social Studies)는 영어 또는 수학 수업 안에 통합되기도 하고, 따로 분리해서 30~40분씩 운영되기도 한다.
이 시간표는 학년 전체의 큰 틀은 학교장(Principal, 교장)과 교감등 관리자가 구성하지만, 실제 각 반의 세부 스케줄은 담임 선생님(Homeroom Teacher)의 재량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 반은 아침부터 수학을 시작하고, 어떤 반은 영어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사회과목을 영어 과목 시간 안에 넣어 같이 가르치기도 한다. 특히 1~2학년 저학년 때는 과목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3학년 이상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시간표가 점점 구조화되기 시작한다. 중학교에 가면 각 과목마다 담당 선생님이 따로 생기고, 한국처럼 명확한 시간표가 생긴다.
3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미술(Art), 체육(Physical Education, PE), 외국어(Foreign Language) 같은 특별 과목(Specials)을 담당 교사의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영어, 수학처럼 담임이 다 가르치던 시기에서 점차 분화되는 시점이 바로 이 즈음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3 학년 때부터 영어, 수학을 별도 전문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있었던 학교에서는 내가 영어 과목 전문 교사였다.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들에게, 그것도 미국 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나 스스로도 “내가 진짜 이걸 해도 되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배워 나갔다. 이 모든 수업 구조와 담당 교사 배치는 교장(Principal), 교감(Vice Principal) 등 관리자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학년 구성이나 반 배정도 관리자(admin)의 몫이다. 그런데… 미국도 학부모 치맛바람이 상당하다. 어떤 학교는 한국의 80년대 수준을 넘는다고 느낄 때도 있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 중 하나는 이랬다.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가 1학년 때 한 친구에게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린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새 학기에 그 아이랑 같은 반이 되었다며, 첫날 바로 교장에게 항의했고, 결국 반을 바꾸게 만들었다. 어떤 교장은 이런 요청을 전혀 받지 않지만, 또 어떤 학교는 학기 초 일정 기간 동안은 조율을 허용한다.
물론 그 학교가 어떤 분위기인지에 따라 다르다. 치맛바람이 센 학교는 대체로 학부모 참여도가 높고, 학교 행사나 재정 지원도 활발하다 보니 교장 입장에서 함부로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가르쳤던 한 공립학교 3학년 반의 하루 스케줄을 예로 들어보겠다.
등교 및 수준별 학습(Differentiated Learning) – 약 30분. 아이들 수준에 따라 보충 학습을 하거나 개별 지도가 이루어진다.
영어 수업(English Language Arts) – 90분. 읽기(Reading), 쓰기(Writing), 문법(Grammar) 등이 통합된 블럭 수업이다.
쉬는 시간(Recess) – 15~20분의 자유 놀이 시간이다. 놀이터에서 마음껏 논다.
스페셜 과목(Specials) – 요일마다 바뀌며, 외국어(Foreign Language), 체육(PE), 미술(Art) 등을 돈다.
점심시간(Lunch) – 보통 25~30분 정도 주어진다. 급식을 먹거나 도시락을 가져오기도 한다.
수학(Math) – 60~90분. 학교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수학도 집중 블럭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하교(Dismissal) – 지역 교육청(School District) 정책에 따라 2시~3시 사이에 끝난다.
같은 학년이어도 반마다 수업 순서가 다르고, 어떤 반은 특수 과목Specials을 아침에 하기도 한다.
미국 공립학교(Public School)는 연방정부의 틀 안에서 각 주(State)와 지역 교육청(School District)의 자율권이 매우 크다. 그리고 실제 운영은 대부분 교장(Principal), 교감(Vice Principal)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학교의 방향성, 시간표, 수업 방식, 학급 구성, 특수 지원 체계 등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옆 동네 학교와 우리 동네 학교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일 수 있다.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학부모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는 특수 교육(Special Education)과 영어 지원(ESOL,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게 운영된다.
특수 교육 교사(Special Education Teacher) 는 ADHD, 학습장애(Disability), 감정·행동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따로 도와준다.
ESOL 교사는 영어가 서툰 아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업이나 언어 지원을 해준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이민 오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한 반에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이 반드시 몇 명씩 있다. 그래서 영어를 제 2 외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잘 되어 있다. 아니, 있었다.
이런 학생 지원은 원래는 이 아이들을 수업 중 잠시 빼내어(pull-out) 별도 지도를 하거나, 교실 안에서 함께 보조(push-in)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적인 이유로 예산이 대폭 줄었고, 이제는 한 명의 담임 교사가 모든 아이들을 혼자서 돌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 반만 해도, 영어가 거의 안 되는 아이, 집중 못하는 아이, 특수 요구가 있는 아이(Special needs, IEP-a student with a disability needs), 학습이 뒤처지는 아이들까지 한 교실에 다 있었다. 하루 90분씩 수업하면서 모든 아이를 챙긴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은 해내야 했다. 그게 최근 미국 공립학교 교실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숙제(Homework)는 학교마다, 학년마다, 심지어 선생님마다 다르다. 어떤 반은 아예 없기도 하고, 어떤 반은 매일 나가기도 한다. 성적표(Report Card)는 대부분 ABCD 등급으로 나가며, 학기초 선생님들이 연락 앱을 공유한다. 선생님들의 전화번호를 직접 주는 경우는 없다. 클라스 도조나 리마인드 등의 앱을 사용했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Parent-Teacher Conference)을 통해 개별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 이는 선생님께 요청하면 된다. 학교 행사(School Events)는 학부모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자원봉사(Volunteer)를 해야 할 때도 많고, 행사 준비도 학부모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급식(School Lunch)은 솔직히 말해 영양보다는 간편함 위주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도시락을 직접 싸서 보낸다.
미국 초등학교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교육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오랫동안 추구해 왔다. 그래서 같은 학년, 같은 주, 같은 도시에 살아도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이 구조 안에서 부모의 정보력, 참여도, 소통력이 아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꺼란 확신이 든다. 그럼 계속해서 미국 학교에 대해 엄마의 눈, 선생님의 눈으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