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너무 싫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감정이 앞질러 행동하던 엄마를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절대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키우고 삶이 버거워질수록, 어느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화가 치밀면 먼저 목소리가 올라가고, 감정이 휘몰아치면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나를 방어하기 바쁘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차분함 대신 짜증이 앞섰다. 그렇게 행동하고 난 뒤의 나는 스스로가 너무 싫었고,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할까, 왜 나는 결국 엄마처럼 되어버렸을까”라는 자책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엄마를 미워했던 감정만큼이나, 엄마를 닮아버린 나를 향한 증오는 더 날카롭고 깊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미워했던 건 사실 ‘엄마가 가진 단점’이 아니라, ‘엄마도 어쩌지 못했던 상처와 불안’이었다는 것을. 엄마도 그것을 이기지 못했고, 나 역시 그것을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처음엔 너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감정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잘못한 나를 미워하기보다 두려웠던 내 마음을 먼저 달래고, 예전의 나를 부정하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용기를 주는 방식으로. 나는 여전히 서툴고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나를 조금씩 안아주고 있다. “괜찮아, 너도 노력 중이야. 너는 변할 수 있어.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그렇게 매일 아주 조금씩, 엄마를 닮아버린 나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있다. 변하려는 마음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결국 ‘나를 용서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나 자신을 다시 키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