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나이일까
예전에는 엄마를 미워했다.
나를 억눌렀고, 내 감정을 몰라줬고,
자신의 불안으로 내 마음을 뒤흔들던 사람.
나는 엄마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건 늘 상처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엄마가 그립다.
전화를 걸어도 여전히 답은 엉뚱하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해받지 못하던 서운함이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여유로 바뀌었다.
어릴 땐 몰랐다.
엄마도 한 인간이자,
누군가의 딸이었고,
미성숙했던 시절이 있었을 거라는 걸.
그녀가 내게 보여준 불안과 결핍은,
사실 그 또한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상처였다.
그 고리를 이제 내가 끊고 싶다.
나는 엄마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여전히 내게 너무 무겁고, 어쩌면 불필요한 말 같다.
다만 나는 엄마를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지 않아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이.
가끔 거울을 보면,
예전엔 싫어했던 엄마의 표정이 내 얼굴에 겹쳐진다.
이제는 그게 싫지 않다.
그 얼굴 속엔 나의 시간과 엄마의 세월이 함께 묻어 있으니까.
엄마가 내게 물려준 건 불안만이 아니었다.
그 불안을 이겨내며 만들어진
단단함, 공감, 그리고 살아남는 법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나는 엄마의 딸이면서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려 한다.
엄마를 탓하지 않아도,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
그게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