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내 손이 닿지 않은 부엌에서
고소한 향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남편이 달라졌다.
심성은 착하지만
투박하고 장남 자부심으로 살았던 남편은
연애 2년, 결혼 5년 동안
사과는 딱 한 번이었다.
"자기야~~
이리 와서 저기 봐봐.
슈퍼 보이지?
오빠가 보고 있을테니까 얼른 뛰어가 아이스크림 사와."
지금에와서야 실소하며 남편을 놀리는 멘트였지만,
그땐
어릴 적 동생들한테나 할 짓을
거침없이 위해주는 척 하던 남편이었다.
그것도 신혼초,
결혼한지 보름도 안된 시절에.
"너 혼자 먹냐. 이새끼 진짜.
제수씨 먼저 덜어드리고,
살도 발라드리고. 어!"
친한 선배의 꾸짖는 조언에도
척 한 번 없던 남편이었다.
그저 툭 던지듯 주는 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고통의 바닥에서 길 때
항상 손을 잡아주던 남편이었다.
"자기야.
내가 전복 사왔어.
자연산이라 크기도 커."
요리라곤 라면 한두 번 끓여보던 남편이
아슬아슬하게 요리를 한다.
신기하게도 제법 맛있다.
일하고 늦게 들어오는 날 기다린 게 아니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남편이 변해가고 있었다.
요리는 못하지만
날 위해 먼 거리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던 남편 아니었나.
처음으로
내 손이 깃들지 않은 우리집.
나의 부엌에서
보글보글 소리와
고소한 향기가 돌았다.
그리고.
내안의 찰떡이와 함께
나도 그 향기에 취해갔다.
이 따스한 공기가 좋다.
그날,
나는 이 사람을 다시 선택했다.